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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과 만주지역 역사여행(3)

2015년 09월 09일 (수) 15:06:57

편집부

9319951@hanmail.net


▲ 윤영선 박사 삼성제약대표/(전)관세청장

백두산에서 남서쪽으로 압록강 중류에 있는 옛날 고구려 수도인 국내성, 고구려의 부흥기를 이끈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유적지를 향해 길을 달립니다.
백두산을 출발하여 오랜 시간 농촌길, 산골길을 달려 갑니다. 도로변에 백두산 산삼, 백두산 장뇌삼, 백두산 토종꿀을 판매하는 한글 간판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배웠는지 “진짜” 산삼, “원조” 토종꿀 판매라는 광고 문구를 보면서 신뢰의 문제는 어디서나 공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 주몽이 기원전 37년에 고구려를 세우고 정한 첫번째 도읍지는 졸본성이라고 부르는 지역으로 현재의 국내성(중국명 집안)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산악시대에 있습니다.
고구려 2대왕 유리왕이 아버지를 찾아 부여에서 왔습니다. 이로 인해 유리왕의 이복동생인 온조왕이 남쪽으로 내려와 한강변 아차산 인근에 백제를 세우게 되는 역사를 만들게 됩니다.
유리왕이 고구려의 수도를 졸본성에서 압록강변 평야지대인 국내성으로 도읍을 옮겼습니다.
이후 장수왕이 서기 467년에 수도를 평양으로 옮겨서 서기 668년에 나당연합군에게 고구려가 망할 때까지 역사가 진행 됩니다. 고구려 28대 보장왕이 비운의 왕이 됩니다.
먼저 역사책에서 보았던 광개토왕비와 광개토대왕릉을 방문하였습니다. 역시 중국이 받는 입장료가 매우 비쌉니다. 비각 안에 세워져 있는 광개토왕비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장엄합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역사왜곡으로 고구려의 역사도 중국 자신의 역사로 바꾸고 있습니다.
광개토왕비에서 300미터 떨어진 곳에 광개토대왕릉이 일부 허물어진 채로 있습니다. 묘 정상까지 계단이 있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사진 촬영도 하고 묘실 내부도 볼 수 있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수천킬로 떨어진 만주 한복판에 서있는 피라미드와 닮은 광개토대왕릉 무덤앞에서 1600년전 만주지역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 4킬로 떨어진 곳에 아들인 장수왕의 무덤이 있는데 장수왕의 무덤은 아버지 무덤보다 작으나 보존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바로 옆에 장수왕의 정부인과 작은 부인의 묘지가 함께 있습니다.
장수왕릉은 고구려 장군의 묘지로 알려져 있다가 최근에야 장수왕릉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1600년 세월의 유장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지역은 고구려시대의 크고 작은 고분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현무, 주작, 백호, 청룡 그림이 벽화에 새겨진 석실 고분의 그림도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고구려시대의 문화를 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
광개토대왕릉과 장수왕릉이 위치한 지역은 청나라 당시 청태조 누루하치의 출생지와 가까이 있어서 주민들을 거주하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화재가 상대적으로 잘 보존되었다고 하니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고 도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어서 국내성(현재의 집안 시내)로 이동합니다. 국내성 성벽을 일부 복원해 놓았습니다.
성곽 중에 약 1미터구간만 원래 고구려시대의 성벽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 성벽을 방문하였습니다. 2000년전 쌓은 성벽의 바위를 만져보면서 고구려의 향기를 조금이나마 느껴봅니다.
만주지역을 통치했던 고구려의 수백년 도읍지인 국내성의 유적이 단지 몇 개의 성곽 바위만 남아 있으니 처연한 생각이 듭니다. 뒤쪽의 성곽을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국내성 옆을 지나는 압록강 중류는 수량이 풍부해서 관광객 유람선이 유유히 다니고 왁짜지껄합니다. 반면 강 건너 북한 땅은 나무가 모두 잘려나간 민둥산으로 곳곳에 계단식 밭에서 옥수수 재배하는 모습이 중국 땅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가슴 아픈 풍경입니다.
2004년 업무 출장차 금강산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민둥산인 점은 금강산 주변이나 압록강 주변이 동일합니다. 열악한 북한 경제의 단면을 보게 됩니다.
마지막 목적지로 심양을 방문했습니다. 인조때 삼전도에서 항복했던 병자호란으로 기억되는 청나라의 처음 수도입니다.
심양의 관광지는 누루하치, 청태조의 무덤과 청나라 시대의 궁전입니다. 자금성과 비교할 수 없지만 조촐한 크기입니다. 조선시대 말기 흥선 대원군이 볼모로 잡혀와 살았던 약소국의 설움이 있는 지역입니다. 가이드에게 흥선대원군 유폐지역을 물으니 알 수 없다는 대답입니다.
고구려시대 화려했던 역사의 현장, 그리고 근세의 어두웠던 역사의 한 축이 만주지역입니다.
요즈음 역사 과목을 대학입시에 포함하느냐? 공무원시험에 포함하느냐가 논쟁거리입니다.
과거의 역사는 미래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슬픈 역사, 쓰라린 역사를 반복하지 아니 하려면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올해는 광복 70년이면서 남쪽과 북쪽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한이 개방과 개혁정책으로 전환하여 북한땅을 마음 놓고 관광할 수 있는 날을 생각해 봅니다.
5천년 함께 한 하나의 민족이 두 개의 국가로 적대시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루 빨리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는 것은 민족의 염원이자 숙제입니다. 북한 땅을 지나서 두만강, 압록강, 백두산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 만주지역의 역사 현장을 주마간편으로 둘러 본 단상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