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저는 최근에 아버지가 사망하여, 아버지 소유 토지를 상속받았는데, 갑자기 위 토지의 매수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계약서를 보여주었습니다.

계약서의 내용은 위 토지를 약 20년 전에 아버지가 대금 100만에 판 것으로 나와 있고, 그 매수인은 계약금 10만원과 잔금의 일부로 10만원의 영수증이 있었고, 위 계약서와 영수증란의 서명과 날인은 아버지가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위 토지는 지금 시가가 2억원을 넘고 있는데, 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주어야 하는가요

답)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수수하는 경우에, 우리 민법 제565조는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금만 주고 받은 상태에서는 당사자는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거나(매도인의 경우), 계약금을 포기(매수인의 경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위 계약금에 기한 계약해제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만 가능하고, 만일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의 명목으로 일부를 지급한 경우에는, 매도인은 물론 매수인도 더 이상 계약금에 기한 해제는 불가합니다.

즉, 사안에서도 잔금의 일부가 지급되었기 때문에 계약금에 기한 해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계약 체결 후 부동산의 시가가 등귀하였고, 잔금 지급기일 경과가 오래 되었으며, 현재까지 매수인이 지급한 대금이 매매대금의 20%에 불과한 경우에, 이런 사정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이것이 바로 사정변경에 기한 계약해제의 가부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위 사유에 기한 해제권 인정에 관하여는 상당히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매매계약 체결 후 부동산의 시가가 등귀하였고, 매수인이 잔대금 지급기일을 경과한 지금까지 매매대금 중 7분의 6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채 매매계약 후 19년이 지난 후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만으로 그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2.6.12. 선고 92다12384).

매매계약체결 후 9년이 지났고 시가가 올랐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을 해제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매수인의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이행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1.2.26. 선고 90다1966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