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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소녀들의 1박2일
2017년 07월 06일 (목) 14:19:38 편집부 9319951@hanmail.net
   
▲ 예지회 조 은 옥
뒤돌아보면 참 무심히도 살아온 날들이다. 결혼하고 터울 길게 띄엄띄엄 아이 셋 낳아 키우며 뒷바라지 하고 현재의 주어진 여건에 몰두하느라 그 흔한 동창회나 동문회는커녕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들을 만날 생각조차 안하고 꼭꼭 숨어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큼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던 중 작년 신록이 푸르던 어느 날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오래 전에 타 지역 교회로 떠나신 사모님이셨다.
반갑기도 하고 웬일로 전화를 주셨을까 궁금하기도 하여 안부를 여쭙고 통화는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모님은 내 친구 중 한명의 이름을 물어보시더니 그 친구가 나를 찾느라 고생 하고 있다며 친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셨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9년 전 알래스카로 이민 간 다른 친구가 나를 너무 궁금해 하고 꼭 좀 찾아 달라고 거듭 조르고 부탁해서 나를 찾느라 더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우선 내 고향에 있는 모교회로 전화를 걸어 내 행방을 물어봤으나 연락처를 알 수 없다고 해서 이리 저리 수소문하고 궁리하고 찾아보던 중 인터넷 검색창에 내 이름으로 검색했다가 우연히 과거의 교회 카페에서 나를 찾게 되어 사모님께 전화를 걸어 사정 이야기를 했고 결국은 그 사모님과 친구의 노력으로 우리는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인천에 살고 있는 그 친구와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친구, 나중엔 서울, 평택에 있는 친구도 서로 연락이 되어 우리는 날마다 단체 카톡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날마다 실시간으로 안부를 묻고 산과 들의 예쁜 꽃들,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시, 좋아하는 음악, 각종 생활에 유익한 정보 등을 서로 보고, 듣고, 나누며 하루하루 감사했고 그동안 못 다했던 우정을 쌓아나갔다.
그렇게 일 년을 카톡으로 만나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제 한번 모이자 하며 보령에 모이기로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학창시절 기차에서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친구들은 기차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아쉽게도 이역만리 알래스카에 있는 친구는 올 수가 없어 다음 만남을 기약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우리는 설렘 가득 안고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얼마나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려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드디어 친구들과 상봉하는 날, 새벽부터 설레고 들떠서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기차시간에 맞춰 준비한 음식들을 차에 싣고 남편과 함께 역으로 친구들을 마중 나갔다.
얼굴 보면 무슨 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 생각도 해보았다. 기다리던 기차가 도착하고 많은 인파들 속에 하나 둘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학창시절 통통했던 한 친구는 몇 년 전부터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보기 좋게 날씬한 몸매를 갖게 되었고, 비비안 리도 울고 갈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를 자랑했던 친구는 이제 많이 통통해져서 나를 놀라게 했다.
다른 한 친구는 같은 반은 안했던 친구인데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우리 나이에도 여전히 꿀 피부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해맑게 웃고 이게 꿈은 아니냐며 좋아서 얼싸 안고 반갑게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다.
펜션에서 꿀맛 같은 저녁을 먹고 우리는 해수욕장 백사장을 거닐었고 카페에 들어가 한참을 재잘거리며 얘기했고 자정도 훨씬 넘은 시간에 숙소에 들어온 우리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밤새 못 다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난 일 년 동안 카톡으로 날마다 함께 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 하자니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마치 여고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 아침에 우리가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 창 밖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카페에 들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비는 간간이 오다 멈추다 하였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대천 항으로 이동해서 수산시장을 구경했다.
비는 그치지 않고 내렸고 우리는 근처 식당에 들어가 점심으로 해물찜과 칼국수를 푸짐하게 먹으며 시간이 너무 짧음을 아쉬워했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제는 가끔씩이라도 얼굴 보며 살자고 얘기했다.
짧았던 친구들과의 1박2일 이었지만 우린 내내 웃느라 배꼽이 빠질 지경이었고, 충분히 행복했으며 먼 훗날 뒤돌아보면 이때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새록새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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