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진복

‘갑’은 출판업을 종사하다가, 사업을 정리하기로 하고, 사용하던 인쇄기를 ‘을’에게 135,000,000원에 양도하기로 하여 그로부터 1, 2차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44,000,000원을 수령하였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갑’은 그 인쇄기를 자신의 채권자인 ‘병’에게 기존 채무 84,000,000원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하였고, 이에 대하여, ‘을’은 ‘갑’을 배임죄로 고소하였습니다.

인쇄기를 이중으로 양도한 ‘갑’에게 ‘을’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할까요?

결론적으로, ‘갑’에게는 ‘을’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1)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3)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 (4) 따라서, 위 사안에서, ‘갑’이 동산인 인쇄기를 ‘을’에게 양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갑’에게는 인쇄기를 ‘병’에게 이중으로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을’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11.1.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