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복 변호사

갑’은 베트남 국적의 여성으로서 2006. 2. 16. ‘을’과 혼인하고 같은 해 4. 30. 입국한 후 2007. 8. 12. 아들 ‘병’을 출산하여, 천안시 두정동 소재 주거지에서 거주하여 왔습니다. 당시 ‘을’은 직장에 다녔고 ‘갑’이 가사를 전담하였기 때문에 ‘병’에 대한 현실적인 보호·양육을 주로 ‘갑’이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은 2008. 8. 30. 수원의 친구에게 놀러 갔다가 늦어져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날 귀가하였는데 화가 난 ‘을’로부터 며칠 동안 집을 나가라는 말을 듣고, ‘을’이 자신을 이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 데다 국내에는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어, 2008. 9. 3. ‘을’이 직장에 출근한 사이 ‘병’을 데리고 집을 나와 항공편으로 출국하여 베트남 친정으로 떠났고, ‘을’은 ‘병’의 양육비를 벌기 위하여 ‘병’을 베트남 친정에 맡겨 둔 채 2008. 9. 17. 다시 우리나라에 입국하였고, 그 사이 ‘갑’의 부모 등이 ‘병’을 베트남에서 계속 보호·양육하였습니다. 이후, ‘갑’은 2010. 5. 13. ‘을’과 협의하여 ‘갑’을 ‘병’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정하여 이혼하였습니다. 이때, ‘갑’이 ‘을’과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병’을 베트남으로 데려간 행위가 형사적으로 미성년자약취죄, 국외이송약취죄가 성립할까요.

결론적으로, ‘갑’에게는 ‘병’에 대한 미성년자약취죄 및 국외이송약취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1)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약취죄, 제288조 제3항 전단의 국외이송약취죄 등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약취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2) 한편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데, 그 경우에도 해당 보호감독자에 대하여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그 행위가 위와 같은 의미의 약취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3)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와 달리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여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그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그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하였다면, 그 행위가 보호·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령 이에 관하여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4) 위 사례에서, ‘갑’이 ‘병’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난 행위는 어떠한 실력을 행사하여 ‘병’을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킨 것이라기보다 친권자인 모로서 출생 이후 줄곧 맡아왔던 ‘병’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 유지한 행위에 해당하여, 이를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병’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긴 약취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2013.6.20. 선고 2010도14328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