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진복

‘갑’은 부친인 ‘을’로부터 ‘을’ 소유의 인천 남구 용현동 소재의 대지 및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합니다)의 처분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고, ‘을’을 대리하여 2010. 2. 4. 이 사건 부동산을 ‘병’에게 매매대금 1억 3,500만원에 매도였고, 당일 계약금 4,000만원을 수령하였고, 잔금은 2010. 3. 2.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면서 수령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을’은 2010. 2. 11. 갑자기 뇌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을’이 사망하자, 매매에 관한 권한 일체를 위임받은 ‘갑’은 2010. 2. 24.경 ‘병’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는 데에 사용할 목적으로 ‘을’이 ‘갑’에게 인감증명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한 후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이를 ‘병’에게 교부하여 주었는데, 위 인감증명 위임장에는 위임사유로 ‘병안 중임’이라고 기재하였습니다.

이때, 인감증명서 위임장의 작성 및 행사와 관련하여 형사적인 책임을 지는 걸까요?

결론적으로, ‘갑’에게는 ‘을’ 명의의 인감증명 위임장에 대한 사문서위조와 위 인감증명 위임장을 행사한 것과 관련하여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합니다.

(1) 문서위조죄는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된 사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고,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한 이상 명의인이 문서의 작성일자 전에 이미 사망하였더라도 그러한 문서 역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합니다.

(2) 문서명의인이 이미 사망하였는데도 문서명의인이 생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서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거나 그 점을 전제로 문서가 작성되었다면 이미 문서에 관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이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내용의 문서에 관하여 사망한 명의자의 승낙이 추정된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3) 위 사례에서, ‘갑’이 자신의 부친인 ‘을’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수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을’의 사망으로 포괄적인 명의사용의 근거가 되는 위임관계 내지 포괄적인 대리관계는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갑’은 더 이상 위임받은 사무처리와 관련하여 ‘을’의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갑’이 이미 사망한 ‘을’이 ‘병안 중’이라는 사유로 ‘갑’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함으로써, 인감증명 위임장에 대한 사문서 위조죄가 성립하고, 위조한 임감증명 위임장을 행사한 것과 관련하여 위조사문서 행사죄 또한 성립한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2011.9.29. 선고 2011도622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