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진복

‘갑’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9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편도 2차로의 반대편에서 진행하는 차량을 중앙선을 침범하는 교통사고를 야기하였고,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차량에서 내려 상대 차량의 운전자인 피해자 ‘을’과 약 10분 동안 피해변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당시 사고 장소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차량의 통행이 많았는데 3차선에 주차된 차량들과 2차선에 있던 ‘갑’ 차량으로 인하여 사실상 1개 차선만 이용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후행차량들로부터 차량 이동을 요구받고 ‘갑’이 차량을 이동하려고 하였습니다. 이에 피해자 ‘을’은 “경찰이 올 때까지 차량을 빼지 말라.”고 하였으나, 당시 사고 장소에 출동해 있던 견인차량 기사 ‘병’이 피해자 ‘을’에게 “따라가 데리고 오겠으니 먼저 차를 빼자.”고 하면서 ‘갑’으로부터 신분증을 교부받아 ‘을’에게 건네주었고, ‘갑’은 사고 장소로부터 약 100m 떨어진 골목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였고, ‘갑’이 현장을 떠난 후 ‘을’은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구급차에 의하여 후송되었습니다.

 ‘갑’은 위와 같이 현장을 이탈한 뒤 사고수습의 도움을 요청한 선배 ‘정’이 ‘갑’이 있던 장소로 나타나기까지 기다린 다음, 약 20분이 경과한 후에서야 사고현장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경찰관은 견인차량 기사에 의해 가해운전자로 지칭된 ‘갑’으로부터 운전사실에 관한 진술을 받았는데, ‘갑’은 당시 진술하면서, 이 사건 교통사고의 유발자가 성명불상의 대리운전 기사라고 진술하였습니다.

이때, ‘갑’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가 성립할까요.

결론적으로, ‘갑’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 일명 뺑소니죄가 성립합니다.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 규정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장소를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6도252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5369 판결,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2) 또한 구 도로교통법(2010. 7. 23. 법률 제103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8조 역시 ‘ 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 성립하는 것으로, 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서 말하는 ‘교통사고 후 운전자 등이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라 함은 곧바로 정차함으로써 부수적으로 교통의 위험이 초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에 대한 구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3441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6300 판결 등 참조)

 (3) 위 사례에서, ‘갑’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9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고서도 ‘을’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현장을 이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 ‘갑’도 ‘을’이 병원으로 급히 호송해야 할 상황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미 견인차량이 도착한 상태에서 ‘갑’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면서까지 직접 차량을 이동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갑’이 사고 현장에서 이탈한 뒤 약 20분이 지나 사고장소에 되돌아오다가 만난 경찰관에게 자신의 운전사실을 부인하면서 “성명불상의 대리운전기사가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뒤 도망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자신의 운전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갑’의 위와 같은 행위를 두고 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대법원 2011.03.10. 선고 2010도1602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