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학 (민주당 특보)

지난 19대 총선은 국민이 요구해 온 정치개혁이라는 변화의 바람도 거셌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인해 19대 국회의원의 3분의 1이 넘는 120여명이 입건되기도 했던 ‘개혁을 빙자한 불법’ 선거판 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불법 건 수 또한 18대 보다도 20% 가까이 증가했던 아이러니한 총선으로, 당선 무효형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 지역이 어느 때 보다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우리나라 정세는 현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명분 속에 재보궐 선거에 이어 내년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또다시 진흙탕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필자는 최근 엄승용 전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의 심판을 받은 바가 있다.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지만, 지난 1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분하고 억울한 심정을 금하기 어려웠었다. 이유인 즉, 조금이라도 양심의 거리낌이 있었다면 최종 결과에 대해 안도의 한 숨이라도 쉬었겠지만, 처음부터 ‘이게 왠 날벼락인가’ 하는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또 주변에서는 뭐라도 수군거릴까 하는 우려가 든 것도 당연지사였다.

조사 과정에서도 유죄라는 결론을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느낌이 들어 분함을 넘어 기가 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래 오냐, 끝까지 해보자”라는 ‘오기’가 생겼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당연히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억지로 꿰맞추어도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왜, 이러한 일이 나에게 생겼는지’ 반문해 보고 지난 세월을 반추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도 고쳐 매지 마라’는 속담도 있지만, 더 냉정하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랴’는 속담도 있기 때문이다. 억울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 볼 수 밖에 없었다.

결론은 지난 총선에서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필자도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겠지만, 지난 총선이 무척 뜨겁게 과열됐던 선거였음을 기억한다면 억지로나마 이해가 된다. 뭐든지 저질러 놓아야 분이 풀리는 사람들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주변에서는 아직도 엄 후보와 필자가 피해를 본 사건에 대해 갈등과 분열을 획책한 음모론을 들먹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이것이 사실인지 뜬 소문인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겁한 행동까지 동원된 과열 선거가, 우리 지역의 정기를 해치고 민심까지 혼탁하게 만드는 것 만큼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주장하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엇이었던가. ‘꿈, 희망, 능력과 자신감’ 등으로 주민들에게 호소해 오지 않았던가.

주머니 속의 송곳은 튀어 나오려 하고, 공은 통통 튀려는 속성이 있다지만, 불법 행위와 상대를 비방하고 해치려는 욕구를 참아낼 수 있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출마를 꿈꾸는 지도자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주변 어르신들 말씀을 들어보면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다. 또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들의 발걸음도 무척 분주하다.

부디 내년에는 후보자들이 진심을 보이고 이를 받아주는 유권자, 모략이 판치는 대결이 아닌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지략대결의 선거가 되길 또다시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