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경찰행정학과 김종옥 교수

지난 2011년 50% 지지율을 기록하던 안철수 교수가 5%대 지지율의 박원순 변호사를 위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불출마 한 것을 국민들은 “아름다운 양보”라고 불렀다.
강자가 약자에게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출마를 양보하는 모습은 새로운 정치를 갈구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보령에도 아름다운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적 강자는 지역에서 30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두 번이나 기초단체장을 맡아온 이시우 시장이다.

많은 시민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이시우 시장이 후배 정치인들에게 출마 기회를 양보해줄 것으로 기대해왔다.
아마도 이시우 시장이 그러한 양보를 실행했다면 안철수보다 더욱 큰 정치적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영원히 존경을 받을 것이고 ‘정치기술의 달인’으로 묘사되는 그의 캐릭터에 아름다운 스토리가 덧붙여져 전설적 인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러한 기대감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 해 여름, 민주당 대의원들의 모임에서 그는 “민주당 공천으로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고 한다.
그 후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출마하지 않고 정당공천제가 존치되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입장 표명을 자주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지난해 말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하였다. 그러나 그가 불출마 조건으로 내세웠던 정당공천제가 존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했고, 그가 거부했던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민주당의 후신인 정당에 다시 들어갔다. 당내경선에서 후배 정치인들과 진흙탕 싸움을 하면서 그가 얻어내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이대로 끝까지 간다면 이시우 시장은 아름다운 정치가 아니라 “막장 정치드라마”의 중심에 설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20년 역사에서 신준희 전시장과 이시우 시장이 번갈아서 8년씩 총 16년간 보령의 지역정치에서 군림해왔다.
이시우 시장은 주변의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의 장막에 쌓여 진정으로 이시우 시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그 증거로서 그가 요즘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아름다운 마무리, 힘찬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더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구호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박수 받을 때 무대에서 내려오는 퇴장을 의미하고, 체온이 남아있는 빈 의자를 후배에게 건네주는 양보에 적합한 말이다. “힘차다”라고 하는 말은 벅찬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어울리는 것이지, “마무리”하겠다는 지도자에게는 시작할 때부터 ‘레임덕’이 시작되기 때문에 절대로 힘차게 나갈 수 없다.
지난 1년 동안 이시우 시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하여 언급한 말들,
그리고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구호들 모두가 궤변으로 일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표를 많이 얻어 선거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모든 과정이 정당화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과거 정치 공학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선두에 있는 상대 후보의 결점을 공략하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본격적인 선거유세에 들어서면 새누리당 김동일 후보의 자질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김동일 후보는 본인이 음란물을 배포했다고 보도한 지역 언론에 대하여 대응을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 44조의 7이 규정한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한 죄를 범하게 되어 1년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형법 243조를 위반하여 역시 1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 고발을 하면 당장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실정법 위반의 혐의를 받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척결하겠다고 선포한 “4대악”의 첫 번째 항목이 성폭력이다. 음란물은 성적 충동을 부추겨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어떤 형태이던 음란물로 분류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사이버 공간에 띄우기만 하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일반인이라도 도덕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러서 새누리당 단체장 후보가 대통령의 4대악 근절 의지를 더럽힌 것이다.
이시우 시장은 선거유세 과정에서 이러한 상대후보의 도덕적 결함에 대하여 회심의 일격을 가하면 새누리당 지지층이 와해될 수 있다고 예상할 것이다.
충분한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한 무소속 엄승용 후보는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김동일 후보의 지지층이 와해되기만 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이시우 시장은 설령 득표를 많이 해서 선출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 바꾸기와 입장 바꾸기를 거듭하는 “곡예정치”는 진정함 의미의 승리가 될 수 없다.
이시우 시장이 지난 해 말 인터넷을 통해 배포한 전자명함이 사전선거운동 혐의의 대상이 되어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무직원 두 명이 조사를 받으면서 시장의 개입을 부정하고 있는데 그 직원들 중에 일반직 공무원이 포함되어 있다.
시장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없어 그 직원들이 자유로워지는데, 출마를 강행하니 결국 청운의 꿈을 가지고 공직에 들어온 그 직원의 미래를 망치게 된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시우 시장이 가로막고 있으니 이번 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진 엄승용, 김기호, 박익규 후보가 약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아름다운 양보를 했다면 그 들 후배 정치인들이 멋지게 등용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시우 시장이 진정으로 승리하는 길은 바로 자신이 출마하는 것보다 보령의 미래를 이끌고 갈 실무공무원을 보호하고, 후배정치인에게 흔쾌히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하겠다는 욕심은 바로 비극을 자초하게 된다. 보령의 막장드라마는 그 비극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그 비극의 본질은 무엇인가?
보령의 유권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놓고도 결코 유쾌하고 않고 수치감을 느끼면서 4년을 지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이시우시장 스스로 이러한 비극을 막지 않겠다면 유권자들이 용기 있게 새로운 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