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 진 복

채권추심업체인 ‘갑’ 주식회사의 대전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을’은 ‘갑’ 회사로부터 ‘을’의 횡령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할 지경에 이르자,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갑’ 회사 본사에 ‘회사의 내부비리 등을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에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서면을 보내는 한편, 당시 ‘갑’ 회사 대표이사의 처남으로서 경영지원 본부장이자 상무이사였던 ‘병’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횡령행위를 문제삼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위 서면의 내용과 같은 취지로 말을 하였습니다.

‘을’이 ‘병’에 대하여 ‘갑’회사의 내부비리 등을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병’에 대하여 협박죄가 될까요?

결론적으로, ‘을’의 행위는 ‘병’에 대하여 협박죄가 성립합니다.

 (1) 협박죄에서 협박이란 일반적으로 보아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고지되는 해악의 내용, 즉 침해하겠다는 법익의 종류나 법익의 향유 주체 등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본인이나 그 친족뿐만 아니라 그 밖의 ‘제3자’에 대한 법익 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 본인과 제3자가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 해악의 내용이 피해자 본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의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제3자’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됩니다.

(2) 이때, 피해자 본인에게 법인에 대한 법익을 침해하겠다는 내용의 해악을 고지한 것이 피해자 본인에 대하여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정도가 되는지 여부는 고지된 해악의 구체적 내용 및 그 표현방법, 피해자와 법인의 관계, 법인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와 역할, 해악의 고지에 이르게 된 경위, 당시 법인의 활동 및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3) 위 사례에서, ‘을’이 ‘병’에게 말한 내용은 해악의 고지의 대상이 ‘병’이 아닌 ‘갑’ 회사이나, 피해자 ‘병’과 ‘갑’ 회사의 관계, 당시 회사의 상황, ‘을’이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동기, ‘을’에게 고지한 내용 및 그 표현방법 등을 종합할 때, ‘을’의 행위는 ‘병’에 대하여 협박죄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10.7.15. 선고 2010도101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