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제약(주) 대표 윤영선 박사

우리는 매년 새해 초두에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대기업 등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향우회, 동창회 등까지 연초내내 “복(福) 많이 받으세요” 신년 하례회가 풍속화되어 있습니다.

대체 무슨 복(福)을 받으라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한자 복(福)자의 원래 뜻은 입 구(口)자 밑에 밭 전(田)자를 합쳐서 만든 글자로서, 논,밭에서 생산된 곡물을 먹는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과거 흉년과 기근이 빈번했던 우리의 먼 옛날 조상들은 굶지 않고 사는 것이 최고의 복이었습니다.

호구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 福이라 함은 “장수, 건강, 재물, 다산, 권세” 등으로 바뀌어 사용되어 왔습니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福자를 즐겨 사용하는 백성입니다.

우선 자식들 이름 지을 때 복을 많이 받고 살라는 의미에서서 五福, 七福, 萬福 등의 이름을 많이 작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먹고 입고 자는 일상용품, 즉, 의복, 이불, 베게, 숟가락 등에도 福자를 여기저기에 새겨 넣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복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식들의 “입학, 취업, 혼사”가 가장 관심있는 복으로 변했습니다.

오늘 필자는 보령시민신문 컬럼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복은 독자 여러분들 아들딸들의 원하는 “대학 입학, 좋은 직장 취직, 좋은 배우자와 빨리 결혼” 입니다.

필자는 1979년 행정고시 합격후 재무부, 재정경제부, 청와대등 경제부처에서 공직생활을 30여년 하고, 관세청장을 끝으로 3년여 전에 퇴직하였습니다.

공직 퇴직후 지금은 기업경영인(삼성제약 대표, 삼정 KPMG그룹 부회장, 삼성자산운용(주) 감사위원장)으로 변신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제부처에서 30여년동안 수립했던 경제정책 대부분의 목적은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정부가 추진하는 최고의 복지정책은 뭐니뭐니해도 정부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일반 국민들 모두의 취업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필자의 친구들끼리 얘기하는 중에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 세가지 질문을 하면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는 농담을 합니다.

첫째는 수험생 부모에게 어느 대학 합격했느냐 라는 질문,

둘째는 대학졸업생 자녀의 부모에게 자식 취직했느냐 라는 질문,

셋째는 과년한 자녀 가진 부모에게 애들 결혼했느냐 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게 되어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는 농담입니다.

취업이 매우 어렵고, 직장이 없으니 적령기 결혼도 어렵다는 사회상을 풍자하는 얘기입니다.

요즘 가까운 가족들 모임, 설 명절 모임에서조차 가족들 “취업, 입학, 혼사” 얘기는 일부러 피해주는 형편입이다.

최근 필자의 아버지가 90회 생신을 맞이하여 저의 형제누이 부부, 손자, 손녀, 증손자등 모두 모여서 식당을 빌려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일 세명의 손녀가 불참했는데 미국에서 직장 다니는 한사람(이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양해됨), 그리고 혼기를 지난 과년한 손녀딸 두사람은 결혼이 화제로 나오는게 싫어서 가족행사에 일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겨우 대학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걱정이 끝난 줄 알았는데 부모들 걱정은 끝이 없습니다.

내가 대학 다니던 1970년대는 모두가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어렵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희망과 자신감이 넘치는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는 나라의 경제성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학교 졸업후 취직 걱정이 적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20대들은 절반이 백수라고 하여 ‘이태백’이라고 부르는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2014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8천불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매년 증가함에도 우리나라의 일자리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일자리는 고령화된 노인 인구의 증가, 청소년층의 대도시 전출, 새로운 기업의 신규 유입 감소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함에 따른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도 예외가 없이 적용됩니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글로벌 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지구가 한 마을처럼 이동이 자유롭고 좁아졌습니다.

과거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던 대기업들이 공장이나 생산기지를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거나 행정규제가 적고, 제품의 판매시장과 가까운 국가로 이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람이 직접 하던 일들을 기계나 시스템이 하도록 대체하기 때문에 평범한 서민들이 하던 일자리가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료 징수를 사람에서 전산시설 자동결제체계로 바뀌니 매년 통행료 징수인력이 감소하고, 아파트 경비원들의 경비업무도 시시티브이로 대체해 나가니 경비원들 일자리조차도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최우선 목표는 해당 지역의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정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는 목표와 다르게 추진되는 게 문제입니다.

중앙의 국회의원, 지방의원조차도 입만 뻐끗하면 일자리를 외치면서, 막상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은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서 경제정책과 재정지출의 우선순위, 규제완화의 우선순위가 이율배반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2015년에 보령시민신문 독자여러분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는 의례적인 인사 대신,
금년에 정치를 잘해서 우리 보령지역의 모든 주민들의 소원인 자녀들의 취업 문제가 개선되고, 아울러 과년한 자녀들이 결혼하는 을미년 한해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