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복 변호사

‘갑’은 1997. 3. 3. 화학비료를 제조하는 ‘을’회사에 입사하여, 2010. 3. 23.까지 복합비료팀 등에서 조원을 거쳐 근무조의 교대담당 책임자로 근무하였습니다.

‘갑’은 위 기간 동안 제조 생산부문에서 제품 생산과 직접 관련된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2010. 3. 24. 중간관리자로서 해당 팀의 최선임 차장 직급에 해당하는 관리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되어, 그때부터 제조 관련 관리감독, 공장설비유지를 위한 계획수립, 생산계획에 따른 생산량 점검 등 부서 전체의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무를 담당하였는데, 비료생산 관리와 관련하여서는 비료에 들어가는 각종 원료 성분 수치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이를 교대담당자에게 지시하여 검증해야 하고 오류가 있으면 수치를 재조절하여 정상적인 비료가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생산에 필요한 자료와 매일 생산된 비료에 관한 자료 등을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전산화하여 관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작업은 비료 배합 비율에 관한 수치를 입력하는 것인데, ‘갑’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서 합계 및 평균을 구하는 정도의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었을 뿐이어서 위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비료 배합 비율에 관한 수치를 잘못 입력하여 판매할 수 없는 비료를 생산함으로써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렸습니다.

‘갑’은 관리담당을 맡은 이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하여 연일 야근을 하였고, 어린이날을 제외하고는 휴무일에도 모두 출근하여 근무하였는데, 근무 중 업무에 대한 중압감을 회사 동료들에게 토로하였고, 새로운 업무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2010. 5. 12. 및 2010. 5. 14. 두 차례에 걸쳐 사직원을 제출하고는 복합비료팀장인 ‘병’에게 보직을 변경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병’ 등의 설득으로 모두 반려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갑’은 공휴일인 2010. 5. 21. 10:00경 출근하여 21:00경까지 근무하였고, 퇴근 후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상태에서 혼자 집에 있던 중 다음날 05:30경 서재 책상 위에 은행통장, 지갑 등과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올려놓은 뒤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투신하여 사망하였습니다.

이때, ‘갑’이 자살한 것이 업무상 재해로서 인정되어,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갑’이 자살한 것은 산재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합니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2)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위 사례에서, 입사 이후 오랜 기간 단순반복적인 생산 업무만을 수행하던 ‘갑’이 부서 전체의 운영을 조율하고 책임지는 생소한 관리 업무를 새로 담당하게 되면서, 자신의 실수에 따라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렸고 관리담당 업무를 맡은 후부터 사망 전날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출근하여 야근하면서 업무를 처리함에 따라 심한 스트레스가 누적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보직이 변경된 직후부터 급격히 우울증세를 나타내면서 가족이나 회사 동료들에게 자신의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담당 사무의 변경 및 휴일 없이 연속된 업무에 따라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급격히 위 우울증세가 유발된 것으로 보이고, 상관에게 제출한 사직원마저 두 차례나 반려됨에 따라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갑’으로서는 상당한 압박감과 절망감을 느껴 위 우울증세는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갑’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및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11.13. 선고 2012두1707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