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핸드폰 사용으로 사진 찍는 것이 일상적이고 보편화 되어 있다. <서울염소> 이 책은 오인숙의 사진 에세이집이고, 무심한 듯한 남편과 사춘기에 들어선 같은 듯 다른 쌍둥이 딸들의 좌충우돌 일상 그대로 담았다. 그 사진들을 모아사진전도 열었다. 그녀는 강제훈의 사진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들 성장하는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뒤 배경은 남편이 자리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의 버거움으로 힘들어하는 남편의 일상을 외면하려 했지만 사진을 찍게 되면서 남편의 고뇌하는 깊은 내면이 피사체를 통해 서서히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카메라가 없었다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는 빠져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염소가 쇠말뚝에 묶여 동그라미 원안의 풀만 먹고 원 밖의 풀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모습이 자신과 같다고 남편은 말한다.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녀 남편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염소 목줄 길이가 회사 가는 거리와 같다고 고개 숙이며 말하는 남편. 함께 살아오면서 밀착된 관계에서 사진 찍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게 되니 남편이 온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사진 찍는 동안 깨달은 것은 인생살이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염소처럼 쇠말뚝을 꽂아둔 공간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상 역시 내 모습일 것이다. 나는 용기를 내서 친구와 떠난 통영과 홍도 그리고 흑산도 여행은 지친 나를 위해 비타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처음에 떠날 때는 그녀처럼 사진을 많이 찍어서 추억을 담아 보려 했다. 여행의 시작은 준비 부족으로 핸드폰의 밧데리도 충전이 안 되어 있고 순간순간 찍다보니 걷는 리듬이 깨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동행한 친구가 사진을 제법 근사하게 잘 찍기에 큰 불편 없이 여행을 했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의 푸르른 바다는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황홀함 그 자체였다. 박경리 기념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바다, 달아 공원에서 바라보는 몽환적인 통영의 일몰의 바다는 가슴 설레게 했다. 전혁림 미술관을 갔다가 우연하게 만나게 된 작은 책방에 발이 멈췄던 기억이 떠오른다. 미술관 바로 아래에 위치한 <봄날의 책방>은 한적하고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작은 책방은 발걸음보다 마음이 먼저 끌려 들어갔다. 책방을 둘러보며 여행객들에게 끌림이 있는 곳이었는데 과연 이 작은 책방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이 인다. 과연 이 작은 책방은 운영이 이루어질까? 경영과는 상관없이 그저 책이 좋아서 책방 문을 열고 있을 것 같다. 잠시 둘러보며 작고 예쁜 <봄날의 책방>을 사진에 담아왔다. 통영은 문화의 도시답게 예술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 부러웠다. 여행 후 함께 갔던 친구는 우리의 흔적인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내왔다. 보는 동안 "와우~~ 와우~~" 감탄사가 연신 나온다. 비디오 어플을 다운받아서 사진을 정성들여 편집 작업을 해서 음악을 깔고 몇 편의 동영상을 만든 것이다. 사진을 찍고 핸드폰에 저장 된 앨범을 가지고 여러 형태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여행 후 일상으로 돌아와서 나는 묶여 있는 염소처럼 또 지내고 있지만 며칠 동안의 충전된 비타민으로 한동안 힘이 되고 있다. 예전과 다른 것은 스스로 끈을 풀고 떠날 수 있는 여행의 서곡을 울렸다는 것이다. 통영과 홍도를 여행한 사진 속에 염소는 활기차 보였다. (2016.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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