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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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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문학 보령예지회 김견남 |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는 단편 같은 장편으로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모두 세편이 묶인 연작소설이다.
어느 날 꿈을 꾸었다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으로만 생활하는 영혜라는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현재와 과거를 남편과 형부 그리고 친언니 인혜의 시선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영혜는 어린 시절의 아픔이 많은 여자다. 월남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영혜가 어릴 때부터 술만 마시면 엄마와 싸움을 하고 온갖 횡포를 부리며 어린 아이들에게도 매질을 했다. 그녀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영혜를 물었다는 이유로 그 개를 오토바이에 매달아 끌고 다녀서 잔인하게 죽게 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 개고기국에 밥을 말아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피눈물이 고여 있던 죽은 개의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영혜도 어릴 때의 아픔과 상처를 과거 속에 묻은 채 조용하고 평범한 여성으로 성장했다.
영혜의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평범하게 사는 걸 최고로 여기며 사는 사람이다.
그들은 결혼 5년차가 될 때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았고 슬슬 아이를 가져볼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며 오밤중에 냉장고 앞에 유령처럼 서 있더니 다음날 아침 냉장고에 있는 고기와 생선, 계란에 우유까지 모두 다 버린다.
그 후 아내는 모든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만 먹는다. 그 뿐인가 고기 냄새가 난다며 밤에는 곁에 오는 것조차 거부한다. 그날 이후 남편의 평범한 삶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가족모임이 있던 날 친정아버지는 아내에게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고기를 먹으라고 설득하지만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는 딸의 뺨을 때리며 우격다짐으로 입안에 탕수육을 밀어 넣는다. 영혜는 구역질을 하며 탕수육을 뱉어낸 뒤 과도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왼쪽 팔목을 그어 자해를 한다.
그 일이 있고나서 그녀를 부담스러워하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영혜의 형부는 처제의 몸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들은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처재의 알몸을 상상하며 예술적 영감을 떠올린다. 푸른 꽃일 것 같은 점을 엉덩이 가운데 찍다가 강렬한 성욕을 느낀다. 스케치 속의 얼굴 없는 여자는 처재여야만 했고 스케치 속의 얼굴 없는 남자는 자신이어야만 한다는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는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처제의 알몸에 커다란 꽃들을 그려 넣는다. 그것을 보고 만족해하는 처제를 보며 자신의 몸에도 꽃모양의 그림을 옛 애인을 찾아가 그려달라고 한 뒤 처제를 찾아간다. 영혜는 형부의 몸에 그려진 꽃모양을 보며 자연스럽게 형부를 받아들이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야릇한 비디오 촬영을 하며 둘은 최절정의 오르가즘을 느낀다. 부도덕한 욕망의 추함과 예술적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기괴한 순간이다.
언니 인혜는 혼자 사는 동생의 집에 반찬가지들을 가져다주려고 들렀다가 온몸에 꽃모양을 그리고 알몸으로 잠들어 있는 남녀를 본다. 그들이 동생과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언니는 경찰에 신고를 한다.
그 후 혼자 아들 지우를 키우며 정신병원에 있는 동생 영혜도 돌보며 억척스럽게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명랑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살아간다. 한 순간 자살을 하려고 산에 오른 적도 있었지만 아들 지우를 보면서 자살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를 한다.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기꺼이 웃으면서 할 것 같은 사람이 언니다. 무엇이든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억척스럽게 산다.
같은 환경에서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으며 살아온 두 자매는 마음속의 공포와 분노를 치유하지 못하고 평범한 것 같았던 영혜는 꿈에서 본 고깃덩어리들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죽어간다.
작가의 섬세한 인물 설명이나 상황설명으로 현실감 있게 읽었던 채식주의자 였다.
한강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11년 전에 책을 완성해서 9년 전에 발간한 것인데 이제 와서 큰상을 타게 된 것이 놀랍지도 않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서 7년 전에 제작됐다는 채식주의자 영화는 외설스러우면서도 예술적 혼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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