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진복

갑’은 2011. 12. 6. ‘을’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자기 소유인 크레인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합니다)을 ‘을’회사에 임대하였습니다. ‘갑’은 ‘을’회사로부터 인력 채용 업무를 위임받았고, ‘갑’은 2011. 12. 중순경 자신의 조카인 ‘병’을 채용하여 같이 일을 하였는데, ‘병’은 ‘갑’의 보조작업자로서 ‘을’회사의 임직원이 아닌 ‘갑’의 지시만을 받고 일을 하였습니다. 한편 평소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여 화물을 운송하거나 하역하는 작업을 수행할 때 이 사건 차량의 운전과 크레인 조작은 ‘갑’이, 화물을 들어 주는 등의 보조작업은 ‘병’이 각 담당하였으며, ‘갑’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 ‘병’이 이 사건 차량의 운전과 크레인 조작을 담당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은 2011. 12. 29. ‘을’회사로부터 전선드럼을 운반하라는 지시를 받고 ‘병’으로 하여금 이 사건 차량의 적재함에 전선드럼을 싣고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작업 장소에 가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은 화물의 운반 및 하역 작업을 수행할 인력이 아닌 전기배선공으로서, 평소 전선을 전봇대에 설치하는 이른바 활선작업을 담당하였는데, 이 사건 작업 현장에는 ‘갑’이나 ‘병’이 운반 및 하역해 주는 전선을 전봇대에 설치하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갑’과 ‘병’과는 별도로 이 사건 작업 장소에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는데, ‘병’이 이 사건 작업 장소에 도착하여 운전석에서 동력전달장치를 조작하고 이 사건 차량에서 내릴 무렵 ‘정’은 아우트리거를 조작하였고, ‘정’이 붐대 작동을 위하여 크레인 레버를 조작할 때 ‘병’은 크레인에 전선드럼을 걸기 위하여 이 사건 차량의 적재함에 올라가 있었는데, 이 사건 차량에 설치된 붐대를 펴 전선드럼을 하역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차량의 앞부분이 들리면서 미끄러지기 시작하였고, 위 작업 장소에 있던 ‘정’이 이 사건 차량과 옹벽 사이에 끼어 넘어지면서 머리가 이 사건 차량의 뒷바퀴에 눌려 함몰되어 사망하였습니다. 이때, ‘정’의 유족은 이 사건 차량의 보험회사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정’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상 배상책임을 지는 ‘다른 사람’에 해당하여, ‘정’의 유족은 이 사건 차량의 보험회사에 대하여 ‘정’의 사망과 관련하여 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1)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이라고 한다) 제3조 본문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의 ‘다른 사람’이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및 자동차의 운전자를 제외한 그 이외의 자’를 지칭하므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운전의 보조에 종사한 자는 자동차손배법 제3조에 규정된 ‘다른 사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2) 사고 당시 현실적으로 운전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동차를 운전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자가 법령상 또는 직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타인에게 운전을 위탁하였고 타인이 운전무자격자나 운전미숙자인 경우에는 운전을 위탁한 자는 여전히 운전자로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 규정된 ‘다른 사람’에 해당하지 않고, 이때 타인이 자동차의 용법에 따른 사용행위를 실제 하였더라도 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보조자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운전자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3) 운전의 보조에 종사한 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업무로서 운전자의 운전행위에 참여하였는지 여부, 운전자와의 관계, 운전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참여 내용, 정도 및 시간, 사고 당시의 상황, 운전자의 권유 또는 자발적 의사에 따른 참여인지 여부, 참여에 따른 대가의 지급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데, 자신의 업무와 관계없이, 별도의 대가를 받지 않고 운전행위를 도운 것에 불과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의 보조에 종사한 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4) 위 사례에서,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한 운반 및 하역 작업은 이 사건 차량의 소유자이자 공사현장의 안전책임자의 지위를 겸하던 ‘을’과 그를 보조하는 ‘병’이 담당하던 업무이고, 이 사건 당시는 ‘갑’이 현장에 도착하기 이전이었으므로, ‘병’이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한 전선드럼 하역 업무를 총괄하면서 아우트리거와 크레인 등 특수장치를 포함하여 이 사건 차량 전체를 운전하여야 할 지위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병’은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차량을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그 작업장의 지형 특성에 맞게 아우트리거를 설치하여 이 사건 차량을 지면에 견고하게 고정한 후 바퀴고임목을 사용하여 차량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음에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 사건 차량의 아우트리거와 크레인 작동에 능숙하지 않은 ‘정’이 이를 조작하는 것을 묵인한 채 이 사건 차량 적재함 위에서 하역 작업에 관여하여 망인의 작동미숙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병’이 여전히 운전자의 지위에 있고 ‘정’은 운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정’은 전기배선공으로서의 자신의 업무와 관계없이, 별도의 대가도 받지 않고 ‘병’의 전선드럼 하역 업무를 도운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하므로, ‘정’은 운전의 보조에 종사한 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 2016.04.02. 선고 2014다23683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