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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 가는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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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학 보령예지회 이 정숙 |
토요일의 바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급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면 토요일 오전 시간은 나를 위해 비워 두기로 한지 몇 달이 지났다. 그 시간은 열심히 살아 온 나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뭔가를 또 배우고 싶은 마음이 꼼지락꼼지락 거릴 즈음 '우쿨렐레 배우기'에 필이 꽂히니 가슴이 일렁인다. ‘삶은 용기에 비례해 넓어지거나 줄어든다.’는 글이 생각난다.
이 나이에 악기 하나 다룰 줄 아는 게 없다는 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우쿨렐레는 기타보다는 작고, 곁에 두고 내 마음에 따라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쁜 와중에도 여백의 여유로움을 갖게 될 때 우쿨렐레를 함께 한다면 좋을 듯싶었다. 과연 음감이 없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매주 토요일 오전을 오롯이 나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선택하기 위한 의문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많은 생각 속에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기로.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속전속결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긴 시간 속에 내 마음이 또 어찌 바뀔지는 모르지만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나눠서 쓸 수 있는 것이 나의 시간 관리법임을 이미 터득한 바 있지 않은가.
낯가림이 심한 내가 우쿨렐레를 배우러 새로운 곳으로 가는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오천 작은 도서관 김은정 관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3월의 중순 오천 가는 길은 드라이브하기에 딱 좋은 가로수가 펼쳐진 아늑한 길이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의 자유로움과 바다 바람결에? 살포시 화사하게 나풀거리는 눈꽃의 매혹에 빨려들며 복잡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 준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올봄을 느끼지 못하고 조용히 흘러가 버릴 날들을 온전히 느끼게 된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굽이굽이 진 길을 살짝 돌아가면 수영성 영보정 누각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산 정약용은 "세상에서 호수, 바위 누각의 뛰어난 경치를 논하는 사람들은 영보정을 으뜸으로 꼽는다."라고 했다.
충청 수영성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바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묻혀 버릴 지도모를 깊은 역사적 의미를 느끼게 하곤 한다.
오천 길을 오가며 혼자 지나다니는 것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 곤 했다.
주변에 아픈 분들이 있어서 화사한 이봄을 함께하지 못하고 혼자 보고 느낀다는 것이 미안하지만 내가 건강해서 직접 보고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끼는 봄이었다.
젊은 엄마들에 비해 몇 번을 설명해야 조금씩 터득해가는 느림에 대해 선생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인내력을 보며 배움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 그곳에 가면 미소가 예쁜 선생님 덕에 많이 웃게 된다.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며 이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경험이 큰 자산은 아니지만 이미 겪어 낸 나의 실수들을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젊음 엄마들의 신선한 에너지를 받아서 좋다.
토요일이 기다려지는 설렘은 함께 배우는 분들과의 새로운 만남이 나이와 상관없이 또 다른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때문이다.
버벅거리며 코드와 주법배우고 있는 지금은 애벌레이지만 언제쯤 나비로 변할 수 있을 런지는 모르지만 그 변화는 연습 밖에는 없을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함은 우쿨렐레 배우기에도 예외는 아니다
녹음이 무르익어 가는 무더운 여름 보내는 동안 나는 서서히 익숙해져 가고 있다. 잘하는 그들 속에 묻혀가면서 말이다. 다가올 가을의 단풍이 무르익어갈 때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까. 늘 같은 계절이지만 마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 올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우쿨렐레 배우러 오천 가는 길이 여전히 가슴 설레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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