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문학보령예지회-신경숙-

코스모스의? 계절 가을이다.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추위를 유독 싫어하는 나는 추운 계절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눈에 띄게 은둔형으로 바뀌어 생활하게 된다.그리하여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뭔가 집안에서 재미나게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때 이른 월동준비를 시작한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몸과 마음을 따스함으로 채울 수 있는 그 무엇을 준비해놓지 않으면 금방 얼어 죽기라도 할 것처럼 마음이 조급해져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는데 '카톡 카톡 카톡 ' 숨넘어가듯 요란하게 스마트폰이 울린다.

업무적 지시, 모임공지, 마트할인행사, 심심한 듯 지금 뭐하냐고 묻는 친구의 물음 …….그중 실물과 많이 다른 새초롬한 모습의 셀프카메라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와 어떠냐고 묻는 친구의 카톡이 압권이다.

며칠 새 성형을 했나싶어 확대해 이리보고 저리 봐도 영 낯설기만 하여 답변하기가 모호해 그냥 원하는 대로 예쁘다고 답해준다.

어떤 게 허상이고 진실인지 모를 요지경속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저마다 하나쯤 소지하고 있는 휴대용 컴퓨터격인 스마트폰.어떠한 상황에서도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스마트폰의 위력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 로봇처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어처구니없기도 하다.설거지를 하면서 남긴 음식을 버리기 위해 음식물쓰레기통을 열 때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잘 먹고 편식 안 하는 건 얘밖에 없다고 탄식하곤 했는데?그것보다 더 호의호식하는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스마트폰이다.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의, 스마트폰에 의한, 스마트폰을 위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닐 듯싶다.멋진 풍경과 맞닥뜨려도,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예쁜 꽃을 봐도, 맛있는 음식 앞에서도 언제나 사람에 의해 사람보다 스마트폰이 먼저 모든 것을 섭렵하고 있다.특히나 특별한 음식을 접할 때면 누구를 위함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을 정도다.먹기 위한 상차림인지 보이기위한 상차림인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저마다 먹기에 앞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원하는 만큼 예쁘고 근사하게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찍고 또 찍는다.사진을 찍어 현상할 것도 아닌데 여전히 사람들은 열심히 사진 찍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이다.? 축하할일이라도 생기면 온갖 기상천외한?축하 메시지와 별별 이모티콘이 카톡방을 가득 채우고 슬픈 소식을 접하면 엉엉 우는 모습의 이모티콘이 다인 세상.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웹상에 드러내니 너나없이?앞 다퉈 보이기식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자못 씁쓸하기만 하다. 공유한다는 명목 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허상을 실제로 착각해 실의와 박탈감에 빠져 괴로운 삶을 살아가는지 섣부른 행동에 앞서 헤아려볼일이다.쉽게 얻은 것들은 쉽게 잃는 법이다.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잃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쉽지만 어려운 것들에 도전하며 살아가려 한다. 사람을 만나면 사람에게 집중하고, 레시피 없이도 음식을 해보고, 좋아하는 사람 전화번호쯤은 외워놨다가 간절함을 담아 꾹꾹 눌러 목소리를 듣고, 긴긴밤 잠이 안 오는 날엔 주저리주저리 사연을 엮어 손 편지를 쓸 것이다. 누추하지만 불러들여 밥을 해주고 이따금씩 자고 가라고 떼도 써볼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잊고 살며 지금도 잊어가고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른 채 정형화되고 획일화되어 정체모를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다보니 모든 게 무감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함께 소중한 사람의 전화번호, 주소, 목소리, 글씨체를 찾아 길 떠나는 여정의 첫날이 바로 오늘이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