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예지회 김견남

새끼를 가졌나봐 젖가슴이 퉁퉁 불었네’
‘아니 새끼로 들어 온지가 얼마나 됐다고 새끼를 가져요’
회사 입구에 들어서면 어떻게 알고 나와 있는지 내가 차에서 내릴 때 까지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가 일어서서 두 귀를 쫑긋쫑긋 세우고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기를 반복한다. \

밥을 주려고 다가가면 두발을 번쩍 들어 사람처럼 서서 허우적대기도 하는데 그 모습은 꼭 안아달라고 양팔을 벌리는 어린 아기 같다.

그래서 나도 한쪽 발을 들어 올려주면 목과 두발을 내 신발위에 올려놓고 마치 턱 괴고 있는 사람처럼 올려다본다.

어쩌다 내가 통바지를 입고 오면 어느새 통바지 속에 지 머리를 쏙 넣고 안 나온다.
퇴근을 하면 아무도 없는 회사입구에서 혼자 밤을 지새우는 가엾은 강아지. 새끼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정말 새끼를 가졌을까? 가졌다면 언제쯤 새끼를 낳게 되는 걸까? 날씨가 추워지는데 아무도 없는 주말에 새끼를 낳으면 어쩌나....소소한 걱정이 생겼다.
그날 언니랑 김장을 하는데도 강아지 생각이 났었다.

유독 배가 불러보였는데 이렇게 추운 날 설마 새끼를 낳는 건 아니겠지.
월요일 출근을 했는데 앞에 나와 있어야 할 강아지의 모습이 안 보인다

 개집 앞에 섰는데 난 뭐라고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딱히 머라고 부를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도 불러봐야 하잖아 그래서 할 수 없이 불렀다. “야 개야” 그런데?홀쭉하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강아지가 느릿하게 개집 안에서 나와 느리게 꼬리를 흔든다.
어느 날 기르던 큰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끼강아지 한마리가 들어왔었다.

이사님은 강아지를 장날에 만원주고 사왔다고 하셨다. 회사 입구 개집에는 언제나 기운도 없고 식욕도 없고 세상사 관심도 없는 듯 한 강아지한마리가 초라하게 서있었다

나는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겨우 개사료나 주는 정도였는데 개사료를 들고 가면 강아지를 보게 되고 아직 어린 강아지가 안되 보였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모습은 억지로 엄마 곁을 떼어놓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어서 인 것 같아 짠했었다.

그러면서 정이 들게 된 것 같다.
먹을 것을 줘도 먹는 둥 마는 둥 짖지도 않고 사람이 지나가도 보는 둥 마는 둥 세상 다 산 개처럼 쓸쓸해보여서 더욱 신경이 쓰였었다.

그렇게 얼마를 보내면서 강아지는 아침에 출근하는 나를 보면 이리저리 꼬리를 흔들며 반겨줬다.
금요일이면 퇴근하면서 사료를 많이 주고 가는데 월요일까지도 사료가 남아있거나 밥그릇을 다 뒤집어 놓고 바닥에 흘려놓곤 했었다.
그런데 그릇들이 모두 깨끗하다. 혹시나 했는데 웬일인가 홀쭉한 배를 보며 설마 하는 사이 개집에서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어머 새끼를 낳았네. 네 마리나 낳았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아 웬일웬일'? 혼잣말을 연신 해대는 나는 날씨가 추우면 강아지가 얼어 죽는다는 말이 떠올라 미리부터 마음이 착찹하다.

하필이면 내가 염려했던 그 추운 김장하던 일요일에 혼자 새끼를 낳았나 보다. 그리고는 배가 고파서 사료 한 알 물 한모금 안남기고 다 먹어 치웠나 보다.
개도 새끼를 낳으면 미역국을 줘야 한다는 언니말이 생각나서 부라부랴 편의점에 가 햇반, 미역국, 참치캔을 사다가 전자렌지에 데워 섞어서 개 밥그룻에 담아준다.

허겁지겁 먹어주길 바랬지만 원일인지 또 본 듯 만 듯 먹는 둥 마는 둥이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엄마가 된 강아지는 식욕이 별로다. 원래부터 식욕이 없었지만 저렇게 안 먹으면 새끼를 어찌 키우나. 북어국을 끓여주면 잘 먹는다고 해서 출근할 때마다 집에서 개밥을 끓여왔다.

나는 하루 종일 틈만 나면 개집을 드나들며 새끼들이 살아있는지를 확인했다.

집에서 이블을 가져와 덮어주고 누군가 재활용수거함에 버린 털 달린 카페트를 가져와 깔아주었다. 강추위가 계속되는 날이면 불안한 맘에 밤에 회사에 나와 보고 싶기까지 했다.

출근을 안하는 토요일 일요일에도 난 개밥을 주러 회사에 나왔다. 이런 나를 보고 남편은 자신보다 개새끼를 더 살펴준다고 했다.
어느새 개집 앞에는 어엿한 새끼강아지 네마리가 아장아장 걸어 다닌다.

다행히도 올해는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았다. 강아지가 얼어 죽었을까봐 출근만하면?개집 먼저 들여다봤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은 덜었다.

그러나 더 추워지기 전에 강아지를 따듯한 집에 보내야 되겠다는 맘이 앞섰다

 45일째 되는 날 지인이 강아지 두 마리를 함께 방안에서 키운다고 달라고 했다. 내 딴에는 따뜻한 곳에서 사랑받고 살면 좋을 것 같아 지인에게 보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남은 강아지 두 마리는 엄마강아지랑 놀다가도 나만 보면 정색을 하고 줄행랑을 쳤다.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순식간이다.

개집도 아닌 개집 옆에 깔아놓은 판자 밑의 작은 틈새로 숨어버린다.

마치 적군이 쳐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나는 강아지들의 적군이 되었다.
한 달의 시간이 더 지나고 이제는 줄행랑을 치던 강아지들도 나를 보면 쫄랑쫄랑 따라온다.

올겨울 들어 처음 눈이 쌓였다. 엄마강아지 새끼강아지 합이 세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뛰어다닌다. 나의 카메라도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