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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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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령예지회 조은옥 |
언제 부터인지 TV를 켜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각종 요리와 맛집을 소개하거나 건강을 잃었다가 특정 식재료를 먹고 몸이 나았다는 등의 건강정보에 관한 것들이다.
재밌는 것은 예전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식재료가 우리 몸 어디에 좋고,......이렇게 방송에 나오면 다음 날 마트에 갔을 때 그 식재료는 동이 나서 아예 살 수도 없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다. 그 만큼 우리는 건강과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요즘 맛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값은 저렴한데 재료에 충실하면서 맛도 아주 좋고 푸짐하기까지 해서 모든 사람을 감동 시키는 장면이 넘쳐난다. 음식을 먹는 사람 모두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들이다.
작년 여름엔 우리 가족이 시아버님 모신 추모공원에 다녀오는 길에 경기도 어느 지역의 유명 설렁탕 집에 들르게 되었다. 우리가 식당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때였는데도 TV전파를 탄 유명세 때문인지 식당 밖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줄을 서면 되나보다 하고 서 있었는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니라 식당에 들어가 번호표를 받아오는 거였다. 배고픈데 뭐하려 줄까지 서서 기다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맛있으면 다들 저렇게 기다릴까 호기심도 생기고 이래저래 40여분을 기다린 끝에 우리도 순서가 되어 자리에 앉게 되었다. 자리에 앉고 나서도 10분 넘게 기다리니 드디어 설렁탕이 나왔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기다렸던 보람도 잠시 모두 실망하고 말았다. 이유인 즉 설렁탕엔 다른 반찬 필요 없이 깍두기면 되는데 그 깍두기가 정말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썰었는지 무의 크기도 제각각에 무의 식감이 아삭거리지 않고 말캉거려서 젓가락이 가질 않았다. 게다가 곁들여 나온 배추 겉절이는 너무 짰다. 시장이 반찬이려니 설렁탕 한 그릇을 다 비우기는 했지만 굳이 길게 줄서서 기다리면서까지 먹기엔 시간과 돈이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느낀 것은 TV에서 방송인이나 연예인들이 맛있다고 하는 말을 다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대부분 집이든 식당이든 마트든 어딜 가든지 각종 먹거리와 식재료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많고 다양하고 화려한 먹거리들도 결코 나의 다소 민감한 입맛을 온전히 다 채워주지는 못한다.
60년대 후반에 태어나 오롯이 70년대에 그리 넉넉하지 못한 유년기를 보낸 나는 가끔씩 어릴 적 먹었던 음식들이 그리워 입 안 가득 그 입맛이 감돌고 그 아련한 기억을 떠 올리며 추억에 젖곤 한다.
그 시절 우리 어머니는 장독대의 제일 큰 어마어마한 항아리에 무를 씻어 넣어 쪽파와 대파, 마늘 등을 넣고 동치미를 담그셨는데 그것은 겨우내 우리 집의 귀한 식량이 되었다. 밥 먹을 때는 물론 삶은 고구마를 먹을 때도 떡을 먹을 때도 곁들여 먹었는데 살얼음 동동 맑은 동치미 국물 맛은 어머니가 안 계신 지금은 어딜 가도 맛볼 수 없는 산해진미와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하고 아련한 맛이다. 동치미 국물이 바닥을 드러낼 때쯤이면 항아리에 무만 남게 되는데 어머니는 그 무를 조금 굵게 채 썰어 고춧가루, 파, 마늘 간장, 들기름을 넣고 달달 볶아서 상에 올리셨는데 우리 오남매는 다른 반찬 없이도 반찬투정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곤 했다.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기겁할 일일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하도 먹을 게 넘쳐 나니 반찬 투정도 많이 하고 밥 먹기 싫으면 치킨, 피자 등 간식이 주식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듯이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면 어릴 적 무슨 음식을 떠올릴까? 설마 배달 음식만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
음식은 수고로움과 정성이 깃 들여야 한다. 내가 어머니를 떠올리며 예전 음식을 추억하듯이 우리 아이들도 훗날에 나를 기억하며 추억의 맛을 떠올릴 수 있도록 조금 더 수고로움을 감내하며 정성을 기울여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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