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예지회 서양미

봄을 맞이하려니 어느 수필가의 문장 한 부분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연한색이 오고 뒤에 강한 빛깔이 오리니 온 산천이 연둣빛 초록이 오고 난 후에 짙은 신록이 오듯 노오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가 피고 난 후에 강렬한 장미가 핀다.” 이는 곧 여린 것이 강렬한 것을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쪽 아랫녘에서는 한창 꽃소식이 들려오는데 이곳은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따뜻한 바람에 산들거리고 얼었던 땅들이 풀리니 새싹들은 수줍음 머금은 꽃봉우리를 데리고 얼굴을 내민다.

사람의 마음이 욕망을 쫓아가다 보면 계절의 변화에 감동보다는 무감각함을 느껴지기도 한다. 한창 젊었을 때 꽃피는 봄이 오면 회사 야유회로 친구들과 사람들이 술렁인다.

그럴 때면 나는 근무시간 외에 어디를 놀려 다닌다는 것이 낯설고 혼자 책을 보며 쉬는 것이 간절해서 사람들이 화사한 꽃을 바라보고 기뻐하고 설레여 하는 것이 어색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족하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멋진 풍경을 아름답게 잘 표현하려면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작품을 위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예사로 지나 칠 수 없게 되어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 .
여러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처럼 보여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만해도 가사일로 취미활동에 집중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과가 된듯하여 순간순간 나의 처한 여건과 가족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가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의 필요를 줄 수 있으면 좋은 일이며 그 행복은 몇 배로 커지기도 하지만 오로지 상대방을 위한 필요가 꺾였을 때 나를 위한 필요도 삶을 더 활기차게 만들어 주었다.
무슨 일이든 배우려고 하면 자신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하여 혼자서 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과 어우러져서 같이 배우고 어느 정도의 과정을 통해 익히며 완성에 이르기까지는 단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것보다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잘 견디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누구에게나 학교생활은 긴 시간 동안 단체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어서 많은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중학교 다닐 때 미술 선생님께서 그림 숙제도 잘해오고 똘똘해 보인다고 그림을 가르쳐 주시려고 하신 적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두 명의 친구들과 별도로 과학 자료실에서 모여 구성 그림부터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같이 공부하게 된 친구들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뻤다.

나는 금방 무엇인가 해낼 것 같은 희망에 부풀어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께 신나게 설명을 드리고 어렵지 않게 준비물을 갖추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림공부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생각으로 불안감이 밀려왔다. 선생님이 나에 대하여 다 알고 나면 안 좋아하시면 어떻게 할까? 또 나보다 다른 친구를 더 예뻐하시면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그 어디에도 머물 수 없어 중심에서 한참 벗어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고 심지어 선생님과의 만남조차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3학년 졸업할 쯤에는 처음 그림공부를 시작할 때 친구들은 한 사람도 없었고 전혀 다른 친구가 늦게 발탁되어 영광을 누리는 모습을 보고 아쉬움과 후회가 많이 들었지만, 마음속 깊이 묻어 버렸다.

그 후 나는 누군가 칭찬을 해주시면 좋다가도 금방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사람들을 피하고 경계하면서 소극적인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그림이 나에게 다시 다가올 줄 몰랐다. 학교 다닐 때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는 좋은 일도 많이 있지만 어려운 부분도 많이 부딪히게 되었다. 어렸을 때처럼 심리적으로 힘들면 피하고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매번 자라나지 못하는 식물처럼 살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단단해지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뤄 나가고 싶은 욕심을 가져 본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은 아득한 일처럼 느껴져서 꿈꿀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꿈을 꾸고 살아가고 싶다 어느 순간 내게 젖어 있기를 소망 하면서 그리고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다.
어느 날 문뜩 그동안 나는 남이 항상 나를 이해주기를 더 많이 바라고 남을 이해시키려고 애써 온 것은 아니었나 정작 그건 아닐 수도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남을 이해시키기보다 나를 이해시키고 나의 마음이 평안해지면 큰 이변은 일어나지는 않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가장 부드럽고 자애롭게 절제 할 수 있음은 좋은 책을 읽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도 좋은 책과 더불어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뤄 나가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