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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라이트(뮤지컬 창작)>를 보고

2018년 01월 11일 (목) 11:16:25

편집부

9319951@hanmail.net


▲ 이 춘 녀 예지회 회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우리는 제법 잘 어울리는 사내 커플이었다.
심성이 곱고 유독 효성이 지극한 부분이 마음에 들어 남편과 결혼해서 어머님과 줄곧 함께 살고 있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음에도 난 늘 제2의 고향인 서울을 동경한다.
지방에서 살다보니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딱히 서울에 갈 일이 없다.

자유롭게 가고 싶을 때마다 어디든 가고 그랬었는데 이곳에 정착하고부터는 거의 가지 못하는 실정이 못내 안타깝다.
어쩌면 어디에 살든 누구나 가정을 꾸리고 살다보면 어떤 기회가 되지 않으면 선뜻 가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의 딸이 첫 공연 기획을 했다며 초대를 해주었다.
도서관 동아리모임 회원들에게 제안이 들어왔는데 모두 각기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참석을 못하는 관계로 시댁식구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설렘을 가득 안고 서울로 가는 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고 한껏 들떠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대학로 드림시어터에 가서 자리를 잡고 <소울라이트>라는 뮤지컬을 관람했다.
이 뮤지컬의 등장인물은 ‘니마’, ‘해원’, ‘준수’, ‘미라’, ‘덕희’이다.

니마는 한국어가 원어민 수준으로 가능한 부탄의 승려 겸 왕자이다.
해원은 대기업을 바라보는 취업준비생이면서 용접 면허가 있는 알바의 신이다.
준수는 어렸을 때 톱스타 아역배우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자동차 영업사원이다.

덕희는 천재 프로그래머이며 어설픈 히키코모리이다.
미라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고 음악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명한다.
<소울라이트>의 줄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리는 부탄의 니마 왕자가 자신의 파티원들과 모바일게임을 하던 중 최상급 레어 아이템 `영혼의 빛’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템을 찾겠다는 이유로 그토록 오고 싶었던 서울에 오게 된다. 출처: 뮤지컬 <소울라이트> 팸플릿 작품설명 참고 니마는 파티원 가운데 한 명인 천재 프로그래머 덕희를 만난다.

강서구 청담동 고시텔에 20대 청년들이 모여 사는 아시아 최고의 IT 도시, 속도와 자유가 있어 보이는 서울을 동경해 온 부탄왕자 니마와 해원, 준수, 미라, 덕희는 각기 다른 이유로 서울 청년들이 벌이는 고군분투 게임 공모전에 출전한다.

그들은 결국 공모전에 당선되어 총 상금 10억 원 중 선금으로 2억 원을 받지만, 자동차 영업사원인 준수가 영화제작비로 잘못 투자하여 친구들의 상금을 모두 날려버린다.

준수는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결국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이 그를 구해주고 니마는 부탄으로 돌아가게 된다.
부탄에서 니마는 한국 친구들을 무척 보고 싶어 하며 그리워한다.

인형같이 말끔한 사람, 자존심이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겁이 많은 사람, 그리고 고집이 센 척 하며 혼자 괜찮은 척 웃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리고 한없이 외로움을 갖고 있는 사람……. 니마는 그런 그들 곁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한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도 게임을 하느라 날을 지새우고는 했던 니마를 그리워하며 그와 함께 지내고 생활했던 동영상을 보낸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꿈을 이루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심리묘사가 잘 표현되어 있어 감동이 밀려왔다.

동시에 마음이 아려오면서 깊은 아픔이 느껴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공연이었다.
열심히 일을 해도 늘 그 자리를 면하기 힘들고 삶에는 새로운 변화가 없다. 나는 늘 생각한다.
삶의 질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젊은이들이 자신의 재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요즘이다.

지인 덕분에 참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나 가족들과 더불어 뮤지컬을 관람한 이번 서울 나들이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시간들로 내 기억 속에 오래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