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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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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령예지회 손 혜 경 |
지난 해 연말 즈음 연이어 집안의 큰일을 치르느라 시간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요즘은 통 책을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다.
큰일 끝이라 우선은 푹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일상생활도 설렁설렁 해 넘기며 생활했지만, 그래도 읽는 책 한 권 없이 그냥 지내려니 무슨 금단증세처럼 공연히 허전하고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먹고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대출해오리라 생각하며 보령도서관으로 향했다.
매달 한 번씩 갖는 여성문학 보령예지회의 모임과 이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책 대출과 반납으로 들르는 도서관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마음이 포근해지는 정겨운 곳이다. 걸음도 사뿐사뿐 이층 열람실로 올라가서 책이 꽂혀있는 서가 앞에 서면 심장박동이 평소보다 살짝 더 두근거린다면 조금은 과장일까.
다양한 표정을 지니고 있는 책 표지의 디자인부터 제목의 활자체, 작가의 프로필과 간단한 줄거리 등을 하나씩 살펴보며 책을 골라서 편리하게 자동대출을 하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나는 내 집 소파에 편히 앉아 이 책들을 읽기만하면 작가들이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수고로이 한 권의 책에 담아낸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그들의 정신세계 및 가치관과 역사적인 사실, 교양, 상식 등 여러 분야의 해박한 지식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니 밑재료부터 다듬고 데치고 찌고 구워서 먹기 좋게 한 상 차려낸 음식을 대하듯 기대에 찬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치는 것이다.
요즈음 논술 등 글쓰기의 중요성이 학교 입학 및 입사 면접에 반영되는 등 다방면에 있어 필수과목으로 강조되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통합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자기의 생각을 한편의 글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은 제반 다른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 갖추어야할 기본능력이기에 그리 강조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꼭 이러한 실질적인 필요성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에서도 일기 같은 간단한 신변잡기의 기록에서부터 멀리 있는 친구나 친지에게 보내는 손 편지와, 가끔씩 느끼는 감상을 짧은 싯귀나 수필로 적어보는 등 다양한 글쓰기는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이다.
알다시피 모든 글쓰기의 첫걸음은 당연히 독서가 그 시초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니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은 필요치 않으리라고 보지만 더욱 이해가 쉽게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언젠가 피카소가 20대 젊은 시절에 그린 그림을 보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흔히들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의 앞뒤좌우가 한 화면에 표현된 그 독특한 그림스타일만을 알지만, 극사실적인 묘사로 인물과 정물을 표현한 청년시절의 그림을 보고는 이러한 가장 탄탄한 기초적인 능력을 갖춘 후에야 라만이 자기만의 독창적인 한 분야를 일굴 수 있는 것이로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적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예지회가 연례행사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는 공동도서토론은 아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며 한 편의 독후감으로 써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나와는 다른 시각과 미처 알지 못했었던 다른 관점도 수용하게 되고 회원 개개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경험을 가졌던 터라 토론 및 독후감의 중요성이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은 독후감 쓰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알고 있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첫째, 책의 안내서 역할을 해야 하고 둘째, 줄거리가 살아있되 너무 치우치지는 말고 셋째, 책을 읽게 된 동기와 소설외적인 비평과 감상을 곁들이면 좋다.
이러한 점을 참고하여 작게는 초등학생들의 겨울방학과제부터 조금 더 발전해서는 글을 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대출해 온 책의 첫 장을 펼친다.
소설가 이순원의 '삿포로의 여인'이라는 매력적인 제목의 소설이다.
얼핏 들추어본 책의 서두와 강릉 출신인 작가가 삿포로와 대관령의 비슷한 자연환경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썼다는 이 소설은 일본 삿포로 동계 올림픽이 인연이 되어 만난 한국 스키선수와 일본인 자원봉사자가 결혼을 하여 대관령에 와서 살게 된 것부터 시작된다.
얼마 안남은 세계인의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무대인 강원도가 배경이 되는 곳이라 하얀 겨울 설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흔쾌히 선택한 책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또 하나의 독후감을 쓸 것을 생각하며 이미 그 독후감의 첫 부분은 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으니 소설의 마지막까지 가슴 두근대며 읽는 이 겨울의 행복한 여정에 선뜻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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