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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노트르 담 성당 화재의 교훈
2019년 05월 11일 (토) 19:43:08 편집부 9319951@hanmail.net
   
▲ 파리 노트르 담 성당 화재현장 (출처: 프랑스 국영TV 제2방송 8시뉴스)
지난 4월 16일 새벽 5시 반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TV를 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파리 노트르 담(Notre Dame de Paris) 성당이 화염에 휩싸인 채 불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두 눈을 의심했고 가짜 뉴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순간 들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프랑스 국영 TV 저녁 8시 뉴스에 생중계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 자세히 살펴보니 그날 8시 뉴스는 노트르 담 성당 화재를 생중계하는 특별방송이었다.

앵커의 목소리가 떨렸고 그 화면을 시청하는 나 자신도 떨렸다.

프랑스 유학시절 소르본 대학 인근에 이 성당이 위치해 자주 찾았고 더욱이 성당 인근에 서점이 있어 가는 길에 들리곤 했기에 노트르 담 성당은 내 삶의 한 부분이었다.

더욱이 지난 해 7월에도 다시 찾았던 곳이기에 더욱 가슴이 짓눌렀다.

화재는 현지시간으로 4월 15일 저녁 6시 50분 경 보수공사가 진행중이던 옥상부근에서 발생했고 그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는 보도였다.

400여 명의 소방관이 투입되어 불길을 잡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고는 하나 TV 화면속의 화재진압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었다.

파리지앵들도 가던 길을 멈춰선 채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길은 더욱 거세졌고 성당의 상징인 96m 첨탑이 화염에 휩싸인 채 마침내 무너져 내렸다.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탄식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TV 저녁 뉴스는 평소와는 달리 3시간 반 동안 노트르 담 성당의 화재현장을 생중계하였고 새벽 내내 나는 TV 화면에서 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4월 17일 프랑스 주요 일간지는 화염에 휩싸인 채 무너져 내리는 성당의 첨탑 사진과 함께 “대재앙”(르 피가로), “잿더미로 변한 파리의 심장”(라 크롸), “파리의 비극”(레 제코)이란 제목이 1면을 장식하였다.

한 마디로 프랑스 국민들을 경악시킨 프랑스의 대재앙이라는 기사였다.

왜 이렇게 프랑스 국민들은 이번 화재에 경악하는가? 노트르 담 성당은 프랑스의 역사이고 심장이며 종교를 초월한 프랑스 국민들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파리 중심부 시테 섬에 위치한 노트르 담 성당은 1163년 건립을 시작하여 1345년에 완성된 대표적인 고딕성당으로 매년 1,400만 명이 찾는 명소이다.

이 성당이 위치한 시테 섬은 프랑스 파리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로마시대에는 ‘루테티아(Lutetia)’로 불렸고 오늘날에도 이 성당 광장 지하에는 로마시대의 유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노트르 담 성당은 정면의 탑(높이 60m), 후면의 첨탑(96m: 이번화재로 소실), 장미창(1225)과 같은 대표적인 고딕건축 양식을 비롯하여 ‘나무숲’으로 불리는 지붕 아래 천장을 떠받치는 850년 된 떡갈나무 구조물이 유명하다(이 나무 구조물은 결과적으로 이번 화재 확산의 큰 원인이 되었다).

또한 성 루이 대왕(Louis IX, 1214-1270)의 복장(튀닉)과 그가 예루살렘에서 구입해온 예수의 ‘가시면류관’(1239), 북쪽 장미창에 위치한 1403년에 제작된 파이프오르간 등 세계문화유산이 소장돼 있다.

어디 이뿐이랴!

이 성당에서 앙리 4세 결혼식(1572), 나폴레옹 황제 대관식(1804),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타종식(1945), 드골 대통령 장례식(1970), 퐁피두 대통령(1974), 미테랑 대통령(1996) 장례미사, 테러 희생자 미사(2015)가 모두 이곳에서 엄수됐다.

또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 담의 꼽추>(1831)로 유명해진 이 성당은 최근 뮤지컬 ‘노트르 담 드 파리’와 만화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말하자면 노트르 담 성당은 프랑스의 역사이자 문화이고 프랑스 국민들의 정신의 한 축이다.

노트르 담 성당은 지난 850년 동안 언제나 그 자리에서 프랑스 국민들의 버팀목으로 2차 세계대전의 전화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번 불로 성당의 상징인 첨탑이 무너져 내렸고 그 순간 프랑스 국민들의 가슴도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4월 17일 국영 TV 제 2방송의 저녁 8시 뉴스는 하늘에서 찍은 폐허처럼 변해버린 성당의 영상과 함께 이번 화재를 집중보도했다. 성당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했다.

지붕의 나무 구조물은 완전히 불에 타 폭삭 무너져 내렸고 성당 내부는 화마가 쓸고 지나간 잔재로 어지러웠다.

앵커는 화재의 원인은 현재 조사 중에 있으나 아마도 보수공사 중에 생긴 실화 가능성이 크지만 단 한 사람의 인명피해가 없었고 성당의 골격엔 큰 문제가 없어 복원가능하며 ‘가시면류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아 기적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불길을 잡은 후 성당 내부로 들어갔을 때 어둠 속에서 빛난 것은 ‘황금십자가’였다.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지붕과 첨탑 그리고 성당 내부의 벽에 전시된 일부 그림이 불에 탔을 뿐 ‘황금십자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소장 유물은 안전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 이처럼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군·관·민이 하나가 된 신속한 대응이었다. v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대통령의 행보였다. 화재보고를 받은 마크롱(Macron) 대통령은 바로 현장을 방문하여 소방관과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안전한 화재진압을 당부한 후 “프랑스는 저력이 있는 나라니 반드시 성당을 재건하겠다”며 국민들을 위로했다.

또한 화재 다음 날 마크롱 대통령은 예정된 국민대토론에 관한 대국민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하고 “5년 내 성당을 반드시 재건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권 또한 일체의 정쟁을 중단하고 슬픔에 빠진 국민을 위로하며 성당의 재건에 모든 정치력을 집중했다.

아울러 돋보인 것은 화재현장에서의 협업이었다. 소방관들은 400도를 헤아리는 불구덩이에서 문화재청 직원들과 함께 인간 띠를 만들어 최고의 보물인 ‘가시면류관’ 등 문화재를 하나하나 안전한 장소로 모두 옮겼다.

850년 된 떡갈나무 구조물로 된 지붕이 화염에 휩싸였을 때 소방관들은 성당 안에서 문화재를 구하느라 사투를 벌였던 것이다(화재진압 소방헬기를 동원해서 빨리 불길을 잡을 수도 있었으나 그럴 경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1991) 성당이 무너져 내림은 물론 모든 소장문화재가 유실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돋보인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화재현장 인근에서 남녀노소 모두는 질서를 유지하고 기도와 찬송가를 부르며 화재가 빨리 진압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또한 화재 진압 이틀 후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자선 음악회가 곳곳에서 개최되었고 화재가 발생한 저녁 6시 50분 전국의 성당에서는 일제히 위로 타종식을 거행했다.

더욱이 국민들의 성당 재건을 위한 모금참여 운동 또한 돋보였다.

화재발생 하루 만에 무려 700만유로(70억)의 성당 재건기금이 모금되었고 시민, 기업, 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전국적인 모금운동으로 확산되었다.

파리시와 프랑스 정부 또한 화재진압 영웅들을 결코 잊지 않았다.

화재 진압 이틀 후 이달고(Hidalgo) 파리 시장은 파리 시청 광장으로 화재진압에 참여한 소방관 전원을 초청하여 파리 시민들과 함께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마크롱 대통령 또한 엘리제궁으로 이 영웅들을 모두 초청하여 화마와 사투를 벌여 프랑스의 심장 노트르 담 성당을 구해낸 영웅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이 여전히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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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재난의 책임자 처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노트르 담 성당 화재는 또 다른 교훈으로 다가온다. 재난은 성역이 따로 없지만 그 재난을 대처하는 프랑스의 방식은 아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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