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높이, 보다 멀리, 보다 빠르게’
체육대회의 구호를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화상입니다.

우리는 경쟁의 관계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타인에게 뒤쳐져 있음을 감지하게 되면, 앞서 나가야 한다는 막대한 부담감에 경쟁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사실, 이러한 과도한 경쟁 관계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를 반세기 만에 신흥 경제 강국으로 부상시킨 원동력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의 시대가 세대를 넘어 세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까지 말입니다.

제자리인 것, 그대로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는 가정에서 조차 경쟁이 존재합니다. 늘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중압감은 크기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남보다 빨리, 한 번에 멀리, 가능한 한 높이 앞서 나아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중 대부분이 경쟁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상대적이라는 것은 비교적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비교 우위적 지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경쟁은 오직 상대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각 개인의 내면의 문제입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할 때, 더 큰 사람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경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조는 교육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잠시도 멈추어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당연히 겪어야 되는 과정이라고 포장하며, 아이들을 쉴 새 없이 몰아세웁니다. 잠시간의 정체는 한 단계 더 큰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인데도 말입니다.

운동선수에게는 ‘고원’과 ‘슬럼프’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고원’이라는 것은 실력의 성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을 말합니다. 현재의 기술이 완벽해져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지금의 기술을 완전히 익히는 기간이 꽤 오래 걸려서 멈추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또, ‘슬럼프’라는 것은 높은 수준의 운동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가 심리적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운동기술이 퇴보하는 것입니다. 이런 ‘고원’이나 ‘슬럼프’를 극복할 때, 우리가 열광하는 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되는 것입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축구선수인 박 지성 선수가 올 시즌 초에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다른 팀으로의 이적설이 나돌고 이제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보란 듯이 일어나 한 경기에서 팀의 두 골 모두를 넣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 최고의 축구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게 지난주의 일인데, 새벽녘에 중계를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박 지성 선수가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기고에서 언급했듯이 큰 인물이 되려면 시련과 역경의 극복은 필수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일평생 평탄한 순간만을 영위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정체하고 있다면, 새로운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개구리가 도약하기 전에 다리를 웅크리고 앉아 있듯이, 나비가 되기 위해 번데기가 되어 숨죽이고 있듯이 더 큰 발전을 위해 지금 잠시 멈추어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도약을 위해 웅크리고 있는데, 훨훨 날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데, 무조건 밀어내기만 한다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만 생깁니다.

아이들이 멈추어 있다면, 우리가 어른으로서 그 이유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인내하며, 아이들 스스로 정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슬기롭게 도와야 합니다.

지금 아이들 때문에 조바심이 나십니까? 아이들이 조급한 건지, 우리 어른이 조급한 건지 한번만 뒤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청담학원 최재성 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