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진복

매도인 ‘갑’과 매수인 ‘을’이 주택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매수인 ‘을’은 매도인인 ‘갑’의 요구로 매수대금 중 일부인 금 1억원을 ‘병’에게 지급하였습니다. 원래 ‘갑’은 ‘병’에게 금 1억원의 채무가 있었고, ‘갑’은 자신 소유의 주택을 매도하면서 매수인 ‘을’로 하여금 그 매매대금의 일부를 ‘병’에게 직접 지급하게 함으로써, ‘병’에게 지고 있는 1억의 빚을 갚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갑’과 ‘을’의 매매계약이 사정상 해제된 경우, 매수인 ‘을’은 ‘병’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이유로 매매대금의 일부로 지급한 금 1억원을 반환청구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는, 매수인 ‘을’은 ‘병’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이유로 매매대금의 일부로 지급한 금 1억원을 반환청구할 수 없습니다.

법률적으로는, 매매계약에서의 제3자인 ‘병’에게 매매대금의 일부를 지급할 것을 요구한 자인 매도인을 ‘요약자’라고 하고, 매매대금의 일부를 지급할 것을 승낙한 매수인을 ‘낙약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낙약자와 요약자 사이의 법률관계(이른바 기본관계)를 이루는 계약이 무효이거나 해제된 경우 그 계약관계의 청산은 계약의 당사자인 낙약자와 요약자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약자가 이미 제3자에게 급부한 것이 있더라도 낙약자는 계약해제 등에 기한 원상회복 또는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제3자를 상대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0.8.19. 선고 2010다31860,31877 판결).

어찌됐든 계약관계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관계이고, 이후 계약이 해제되고, 계약이 해제되기 전 매매계약에 기하여 제3자에게 급부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청산문제는 계약의 당사자인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해결하여야 합니다.

/최진복 법률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