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카이스트의 징벌적 장학금 제도와 전 과목 영어 몰입 수업으로 인해 발생한 학부생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 제도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교육이 추구하는 근본 목적은 전인적 교육을 통해 개인의 역량을 증대하고, 이를 통해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는 건전하고 바람직한 미래 사회를 구성하여 인류의 발전을 이루는 것 아닌지요? 허나, 근래의 우리의 교육 상황은 오로지 경쟁과 승리만을 추구하는 편협함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교육 목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정권이 바뀌고 사회의 변혁이 오면 최우선적으로 손질하는 것이 교육입니다. 어떤 방법을 제시해도 혁신적인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늘 재탕, 삼탕의 교육 정책이 범람합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같이 변화해야 하는 것이 교육제도의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변화가 멈추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진행하다가 생긴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전과 진보를 거듭해야 하는 데,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라는 절차상의 중대요건이 사라지면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통제와 지시, 아집만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카이스트의 문제도 소통을 무시한 결과로 생긴 것 아닐까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안타까운, 전도유망한 청년들의 자살이라는 처참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3.0이라는 학점이 그들의 인격 대신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3.0의 학점은 누가 평가합니까? 신이 하십니까? 전 인류가 인정한 보편적 평가입니까? 3.0에 미달된 학생 중에 미래의 우리나라 과학을 이끌 대단한 인재가 있었을지도 몰랐을 일입니다. 이유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카이스트라는 우리나라 일류 교육기관만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초중고 교육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수한 학생들의 학력을 고취시키고, 학력이 미달되는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 올리자던 수준별 반 편성은 학교 교육에서 중하위권 학생들을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국영수를 제외하곤 이젠 그 어떤 과목도 고정 편성되지 않습니다. 정서 함양을 위한 예체능은 이미 예전에 배제된 건 물론이거니와 도덕이나 사회 같이 우리가 공동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들을 가르치는 과목들도 배제되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건 그저 경쟁, 승리, 일등입니다. 최상위 그룹들은 겸손함 대신 특권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며, 리더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현하는 가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되어 향유할 수 있는 달콤한 열매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그룹은 마치 최상위 그룹들을 위해 존재하는 들러리가 되어 갑니다. 최근에 발생한 각 급 학교의 사건 사고도 근본 발생 원인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않으면, 교과부나 교육청으로부터 질책을 받기에 오늘도 각 학교의 교장선생님들께서는 학교의 성적을 향상시킬 방법을 고안하시고 계십니다. 우리 보령에도 저녁 6시까지 반 강제적 자율학습을 진행하는 초등학교도 있습니다.

그 속의 개인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어떤 특성을 지니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 성품은 어떤지, 꿈은 어떤지 알고 계십니까? 모든 아이들의 인격 앞에는 몇 점 짜리 인간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습니다. 과연 사교육비는 줄었습니까? 학교에서 학교의 성적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듯이, 각 가정에서도 내 아이의 성적을 다른 아이보다 향상시키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공교육의 무자비한 획일적 통제 아래 과외 교습자가 늘어나면서 음성적 사교육비가 중가하고, 학력의 빈부 격차는 이젠 메꿀 수 없는 간극으로 커졌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같지 않습니까? 제도 자체를 통째로 바꾸자는 것이 아닙니다.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청담학원 최재선 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