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이다.
모처럼 특별휴가 마냥 휴일과 겹치지 않은 공휴일이라 아이들과 야외나 나가려고 했는데 가물기만 하던 우리 고향 보령에 단비가 온다는 말에 못자리를 만드시느라 허리가 휠 정도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발길을 고향으로 돌렸다.

어렵게 농사를 지시면서 도회지에 있는 학교로 진학시켜 주시고 자취하면 힘이 든다고 어려운 형편에도 하숙을 마련해 주신 부모님이 고마워 몰래 하숙을 포기하고 자취방으로 옮겼던 옛일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간다.

그러한 고마움에 직장생활을 하는 틈을 쪼게 아직도 농사일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부모님을 위해, 시골에서 자라고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며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어려움을 아는 터라 엊그제 어버이날에도 다녀갔고 공휴일이라 편히 쉬면 좋겠지만 비도 오고 몸은 좀 피곤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일손을 도와드린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시골로 내려왔다.

또한 나의 어린 두 아이도 아빠의 이러한 모습을 보며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을 몸소 체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한 층 힘이 솟구쳐 오름을 느끼며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주름진 아버님의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이유를 알아본즉 금년에는 구제역 때문에 시골 인심도 험악해 지고 쌀농사는 지어봤자 인건비도 못 건지고 고추, 배추 등 작물은 냉해로 인한 피해와 모처럼 풍년이 들면 시세도 못 맞추는 형편으로 시름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농한기라고하는 시기에도 가능한 잎담배 농사를 지어서 목돈을 만졌다는 아버님 말씀도 들었고 또한 지금도 계약재배하면 안정적 소득 작물로 잎담배만한 것이 없다고 하신다.

8~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 집에서도 잎담배 농사를 꾀 많이 지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름철에 수확하여 건조장에서 건조하고 손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외국산담배가 많이 팔리다 보니 국산 잎담배가 많이 필요 없어 경작면적이 많이 줄어 우리 아버님 같이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계약재배가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외국담배 소비가 많이 늘었어도 전체 소비되는 담배량은 크게 줄지 않았으리라 생각되고 외국담배 회사들이 우리 잎담배를 사용한다면 예전의 잎담배 수요와 별로 차이가 없으려니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란다. 요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알아보니 외국담배 회사들이 수입관세를 내지 않기 위해 국내에 담배 포장 공장만 세우고 우리나라 잎담배는 0.001%도 사용치 않고 모든 재료들을 자국에서 조달하여 포장생산만하다 보니 우리 농촌이 더욱 어려워 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담배 포장지에는 버젓이 "Made in Korea"라고 써놓아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그들의 이중적 행동을 규탄합니다.

또한 울화가 치미는 것은 이번에 던힐인가를 생산하는 외국담배 회사 BAT는 자기들 유통구조 문제로 인상요인이 뚜렷치 없는데 200원씩이나 인상을 했으며 거기에 편승해서 마일드세븐 회사도 갑당 200원씩 인상했다고 한다.

국내 외국담배 회사에 출자한 배당금을 늘려주기 위해 인상됐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번 돈을 우리나라에 한 푼도 내놓지 않고 외국으로 반출되는 돈을 벌어주기 위해 우리 흡연자가 동참한다 생각하니 억울하기 그지없다.

기회에 약삭빠른 외국담배회사에게 본때를 보여 줍시다. 애연가 여러분들의 작은 선택이 어려운 농촌의 주름살을 펴주실 것입니다. 담배도 아마 “신토불이”일 것입니다.

우리 기후와 토양에서 자란 농산물이 최고 이듯 잎담배도 우리 잎담배가 최고일 것입니다. 한국담배도 외국에 수출도 많이하고 해외 공장도 짖고 품질도 세계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우리 국산담배를 이용해서 우리 농산물의 자존심을 세웁시다.

내년에 모심을 때 일손 돕기를 위해 내려올 때는 외국담배가 우리 보령에서 사라져서 부모님들의 밝은 너털웃음을 보고, 듣고 싶습니다.

 /출향인 송병호(수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