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여드름 얘기가 나와 마침 지루한 분위기도 전환시킬 겸해서 고교 시절에 같은 하숙방을 썼던 등에 여드름이 났던 친구와 그 친구 여드름을 짜주었던 일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여드름을 짜주었으면, 선생님은 그 친구 부하였네요.”라고 말하더군요.
“자기 손으로 못하는 등에 난 여드름을 짜주면 부하인거야? 그냥 친구라서 해준 건데.” 제가 반문하자, 질문한 학생뿐이 아니라 다른 대다수의 학생들도 수긍하지 못하더군요.

안타깝게도 인간관계를 수직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우리 아이들의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같은 동급생끼리 상하를 구분하여 계급을 형성하고 알게 모르게 그 계급 속에 동화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친구끼리 상호 존중과 배려는 사라져 가고, 지시와 명령에 익숙해져 갑니다. 마치, 우리 기성사회처럼 말입니다. 사회적 관계를 수직적으로만 인식한다는 것은 지극히 불행한 일입니다.

수직적 구분의 기준이 되는 가치가 다양하지 않고 획일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획일적 가치 하에서 한 개인이 최고가 된다는 건 나머지 모두가 들러리가 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최고가 아닌 대다수가 상실감과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생이 우울해지고 괴로워집니다. 기계가 아닌 인간은 단 하나의 기준으로 구분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소수로 국한된다면, 우리는 가치를 얻기 위해 탐욕적이 되고 가치를 얻지 못했을 때 패배감으로 괴로워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사회에서 이런 수직적 구조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성적으로 구분했는데, 아이들을 신체적 물리력으로 서로를 구분합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성적 경쟁시스템에서 소외된 대다수의 아이들이 스스로 신체적 물리력을 기준으로 삼았고, 여기서도 소외된 대다수의 아이들은 다시 계급을 만들 새로운 기준을 찾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들이 무한경쟁시스템에서 비롯되었음은 명약관화합니다. 경쟁할 것이 있고 함께 할 것들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무조건 경쟁합니다.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승리하는 투쟁의 방법만 알려준 건 아닐까요? 아니, 우리 어른들이 치고받으며 전쟁같이 경쟁하는 모습만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건 아닐까요?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내고 미래의 인류 발전에 공헌할 우리 아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했을 때, 나 또한 존중받을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남 또는 친구를 위해 재산을 사용하는 것이 재산을 영원히 보존하는 것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가르침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 다양한 개성 속에서 서로 공존하며 모두가 함께 행복을 누리는 사회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혹시 자녀들 앞에서 ‘어디서 감히 ’, ‘그까짓 것들이’ 이런 표현들을 사용하시지는 않습니까?

/청담학원 최재성 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