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내여중 1학년 이 은 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이 말을 모르는 이는 아마 대한민국에 흔치 않을 것이다. 일곱 살배기 꼬마들도 ‘지구는 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일개 책 이름에 불과한 이 말은 거의 격언처럼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칭찬의 힘은 위대하고, 또한 거대하다. 인심이 메마르고 각박해진 현대 사회에서 칭찬의 힘이 더 각광받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학급도 칭찬 릴레이, 이른바 ‘1004게임’을 시작한지 벌써 두 달 가량이 지났다. 그 두 달 동안 많은 아이들이 작지만 큰 행복을 누리게 되었고, 나 역시 칭찬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먼저 한때 유행했던 [‘같이’의 ‘가치’]라는 광고처럼, 서로가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칭찬하는 과정에서 진짜 함께하는 공동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상시 싫어하던 친구든 좋아하던 친구든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친구든 일단 모두를 칭찬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그 친구의 장점을 찾으려 노력하던 우리 반의 모습 역시 보기 좋았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항상 ‘○○은 참 착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은 얼마 전 저에게 준비물을 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반 친구들에게 상냥하게 대합니다.”로 구체화시킬 수 있었고 말이다.

우리 반이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인 면만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늘 칭찬하던 아이들을 칭찬했고, 그 외의 아이들은 그저 무기력하게 앉아서 내 차례는 언제 오나 하고 막연히 기다리기만 했다. 이제 와서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나는 후자에 속해 있었다. 그 당시의 내 눈에는 칭찬이란 것이 그저 듣기 좋은 말 뿐이라고, 그렇게 비하하면서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방관자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기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 사이에 세상이 바뀌고 순간적인 선택이 개인의 일생을 좌지우지하는, 바야흐로 정보화 시대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보다 냉철해지기 위해서(혹은 보다 완벽해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의 IT대국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반드시 존재하듯, 이런 견고해 보이는 사회의 성벽 속에서도 분명 치명적인 약점은 존재한다.

여기서 잠시 우리 한 번 같이 생각해 보자.
어째서 심리상담가가 유망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왜 사람들의 자살률이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는가? 이는 곪아가는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현재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는 일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온갖 문제점들을 거의 모두 치료해 주는 칭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능동적인 의사소통이다. 상호간의 대화가 메마른 요즈음, 정신과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것이라고 한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이 세 가지 말만 잘할 수 있으면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 칭찬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는 사실 뒤에 칭찬의 내용만 들어간다면 더욱 더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해’를 ‘사랑해, 네가 웃는 게 참 예뻐서 네 웃는 얼굴만 보면 행복해져’라든가 ‘미안해’를 ‘미안해, 넌 늘 내게 상냥한데 난 너에게 별로 해주는 게 없어서 매일 네게 미안해하고 있어’라든가 ‘고마워’를 ‘고마워, 넌 정말 내게 최고의 친구야‘로 바꿨던 나와 우리 반 친구들, 그리고 나와 우리 반 친구들의 가족들처럼 말이다.

오늘날 칭찬의 중요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칭찬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혹시 모른다. 마애불상의 미소와 하회탈의 웃음 뒤에, 사실은 서로를 따뜻하게 칭찬하고 격려하며 일으켜 세워줬던 조상들의 지혜가 숨어 있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