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EU FTA(자유무역협정)에 대비해 농업피해지원을 위해 ‘피해보전직불제’를 개선하는 ‘FTA 특별법’ 개정안이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인 가운데 아직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농민계의 지적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FTA로 발생한 농가 피해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 주도록 한 ‘피해보전직불제’를 개선하는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9~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가 확실시되는 개정안은 법 공포후 3개월 후부터 시행되게 된다.

피해보전직불제는 농축산물의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하락분의 일정비율을 해당 농가에 보전하는 제도로 2003년 한ㆍ칠레 FTA가 타결되면서 7년 기한으로 도입(발동기준율, 보전율 모두 80%), 대상품목은 피해가 예상되던 시설포도와 키위로 한정했으며, 이번 개정안은 FTA 발효로 농축산물 가격이 5년간 평균가격(최고ㆍ최저값 제외)의 85% 미만으로 떨어지면 가격 하락분의 90%까지 보전, 지원기간은 한ㆍEU FTA 발효일로부터 10년이다.

이에 앞서, 전남도는 지난 20일 FTA에 따른 농업인들의 소득안정을 위해 직불제 시행 기간을 15년으로 연장하고 지원 단가를 현실화(발동기준율, 보전율 모두 95% 상향)하는 관련법 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도 관계자는 “한ㆍ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이후 직불금을 받은 농가가 하나도 없는데다 지원기간도 7년으로 지나치게 짧게 설정돼 있다”며 “이처럼 현행 FTA 피해보전직불제가 실질적인 농가 소득보전과 경영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어 건의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업인단체 등은 “물가상승률과 국민소득 상승분 등이 배제된 상태에서 실질적인 대책이 되려면 발동기준율, 보전율을 더 높여야 하고 대상품목을 간접피해 품목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개선안이 충분치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농연 관계자는 “발동이 불가능하고, 농가가 체감하지 못하는 소득보전대책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라며 “농가 체감지수를 높일 수 있는 FTA 추가 보완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 농민은 “정부는 직불제 대상품목에 대해 수입증가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품목으로 한정한다”며 “사실상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품목도 상당할 것이므로 대상품목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일각에선 “현 제도가 국내생산증가에 의한 가격 하락 분까지 보전할 우려가 있어 수입증가에 의한 것과 국내생산증가에 의한 것을 분리하지 않으면 농가가 생산을 증가시켜 가격이 하락한 부분을 보전해주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며 “가격하락률을 국내산 생산증가율과 수입증가율에 따라 배분해 보전단가를 결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한 개선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