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기도 전에 미리 예측하는 환자들이 있다.
미묘한 증상의 악화를 감지하여 기후의 변화를 미리 아는 것이다.
과연 이런 현상은 사실일까? 그렇다면 어찌하여 그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인의 증상의 변화를 통해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이며 가능한 일이다.
물론 성격의 예민한 정도에 의해서 사람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인정해야겠지만 말이다.

정형외과의사를 찾아 진료를 받는 대부분의 환자들의 통증의 원인은 염증반응이다.
염증반응은 매년 증가한다. 매일 반복되는 부하의 영향이다.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허리나 무릎등 어느 부위엔가 부하가 늘 걸리게 된다.

이렇듯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염증반응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물론 환자마다 그 증가의 속도가 빠르고 더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나이에 비례하여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연세가 많은 분들이 젊고 어린 사람에 비해서 염증반응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자연히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상대적으로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염증반응은 24시간동안 매순간 변화한다.
하루중에도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자꾸만 변하는 이유다. 부하를 받으면 염증반응은 증가하게 되지만 평소 우리 몸에서는 모세혈관을 통해서 염증반응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늘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면 혈류량이 많을수록 더욱 빠르게 염증반응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며 반대의 경우도 흔히 겪게 된다.

비오고 궂은 날씨에 혈류량의 감소에 따른 증상의 악화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정형외과 환자들 증상이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심하게 나오는 것도 수면시간동안 혈류량의 감소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욱 많은 염증반응을 느끼게 된 결과라는 사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다행스러운 점은, 염증반응이 어떤 일정한 수준(역치)에 도달하기 전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언젠가 증상이 나오게 될 염증반응을 지닌 채 살고 있으며 어느 날엔가 염증반응이 역치를 넘는 순간 처음으로 증상을 겪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 이렇게 처음으로 증상이 나오게 되면 잠을 잘 못잤다던지 베개를 잘 못 베고 잤다던지 이유를 댄다. 하긴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평생 증상이 한 번도 없이 잘 지내다가 어느 날 어느 순간부터 증상이 발생하게되면 누구나 당연히 수일전부터 방금전까지 본인이 했던 행동들을 돌아보면서 통증의 원인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이제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앞으로 그런 논센스에서 벗어날 것으로 믿는다.

증상의 초기에는 물리치료등의 보존적인 요법을 통해서 쉽게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염증반응이 역치를 갓 넘은 탓에 물리치료를 통해서 약간만 감소해도 염증반응이 다시 역치밑으로 떨어져서 증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리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는 환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 "퇴행성"이라는 말로 아픈 통증을 정당화하지만 이 역시 논센스다. 염증반응이 그저 많이 높아져 있을 뿐이다. 이 점이 염증반응을 제거함으로써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이유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면 동네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안 되면 큰 병원에 가서 MRI검사하고 "디스크"나 "협착증" 진단하에 허리 수술 한 두번 받고 또 1~2년 지나면 다시 또 골반쪽부터 다리로 저려오는 "이상근증후군"이, X-ray나 MRI 검사상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골반근육내의 염증반응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여 허리수술이 지금의 1/10 이하로 줄어들고 소위 "잘못된 허리수술 증후군"이 없어질런지 필자는 실로 궁금하다.

/보령중앙병원 정형외과 안익주 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