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갑’은 서울시 서초동의 토지에 공유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은 ‘을’ 주식회사와의 사이에 ‘갑’이 공유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 토지 위에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하기로 하고, 2003. 8.경 ‘을’ 회사와의 사이에 ‘을’ 회사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의 지분을 이전받되, 그 대가로 ‘을’이 신축될 아파트의 2층 내지 4층 중 ‘갑’이 선택하는 1세대를 분양해 주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고, ‘갑’은 약정에 따라 2003. 9.경 이 사건 토지 중 원고의 지분을 ‘을’ 회사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을’ 회사는 ‘갑’에 대한 약정의 담보조로 금 4억원의 당좌수표를 교부하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을’ 회사가 아파트 신축공사를 진행하던 중, 2004. 11. 10.경 ‘병’ 회사에게 이 사건 토지 및 사업권을 양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도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을’ 회사와 ‘병’ 회사는 모두 부동산 개발·운영사업 및 그 부대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영업목적이 동일하였고, 법인 소재지 및 대표이사 또한 동일하였을 뿐만 아니라, ‘을’과 ‘병’ 주식회사는 이 사건 토지 외에는 별다른 자산이 없었고, 이 사건 토지 및 사업권을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아니하고 ‘을’ 회사는 ‘병’ 회사에게 양도하였습니다. 이때, ‘갑’은 ‘을’ 회사 뿐만 아니라‘ 병’ 회사에 대하여도 약정에 따른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답= ‘갑’은 ‘을’ 주식회사 뿐만 아니라‘ 병’ 주식회사에 대하여도 약정에 따른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1)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게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법리는 어느 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2)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 법인격을 이용하였는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3) 위 사안에서, ‘을’ 회사와 ‘병’ 회사는 모두 영업목적이 동일하고 법인 소재지 및 대표이사도 동일한 점, 위 토지 외에 별다른 자산이 없었던 점,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않고 자산의 양도가 있었던 점 등을 보건대, ‘을’회사와 ‘병’회사는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자가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한 회사파고 판단되고, 을 회사가 ‘갑’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내세운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을’ 회사의 채권자인 ‘갑’은 ‘을’ 회사뿐만 아니라 ‘병’ 회사에 대해서도 위 약정에 기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1.5.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최진복 법률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