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 보령지사장 박 태 식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정말 옛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수많은 시행착오 인생 경험을 거치고 거쳐 마치 잘 숙성된 발효음식 같은, 겉으로는 단순하면서도 바탕에는 뜻 깊은 생활철학이 깔린 진정한 삶의 지혜를 대변하는 말씀들은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서든 항상 많은 것을 깨우치게 도와준다.

그 중에 하나가 필자의 부친(父親)이 즐겨 인용하시는 중국문헌에서 유래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아닐까 싶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사이 모든 관계의 기본은 역지사지라고 생각한다. 간단하다. 남이 나에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말과 행동을 하고, 남이 나에게 했을 때 즐겁지 않은 짓은 하지 않은 것이다. 역지사지란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매우 자기중심적이어서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고 또 스스로 합리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 ‘나는 역지사지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매일매일 자신에게 던져야한다. 그리고 그 반성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일상 속에서 늘 ‘입장 바꾸기’를 연습해야한다.’
- 김난도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중에서-

지난해부터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장애인복지법 및 장애인연금법 상 수급 대상자 선정을 위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장애판정체계를 구축하고 장애인에 대한 등급심사업무를 수행하여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거보다 장애등급이 낮아지거나 등급 외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의 원망을 과거 비합리적인 관행에 의해 왜곡된 장애심사시스템을 올바르게 정립하는 전환기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혼란이라고 치부하며 나름대로는 사회복지전문가로서의 자긍심과 소명의식을 갖고 정당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자부해왔으나, 일선 현장에서 마주치는 장애인 및 장애인 단체들의 애끊는 주장을 들어보면 단순한 장애등급 판정 결과의 정당성 확보만이 능사(能事)가 아니라 진정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주며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따뜻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의 입장에 서서 타당성과 정당성만 논하기 전에 과연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한 번 더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보는 것이 진정한 사회복지인의 자세가 아닌가 후회된다.

더불어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이 또한 본인부담금에 따른 경제적 문제와 집안에 중증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장애인 가정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인하여 신청이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공단에서는 대상자가 있는 각각의 가정마다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하여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왜 필요하며,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며, 소득규모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차등적으로 적용됨 등을 소상히 설명 드리고 현장에서 직접 신청과 심사를 동시에 처리하여 부담을 덜어드리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 증진을 위하여 실시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장애인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 바로 나’라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항상 장애인 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자세가 전제되어야만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것이며 더 나아가 장애인과 공단만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