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익 규(사회학 박사) 충청경제발전연구원 원장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초빙교수

아기가 1명 태어나면 1.15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아기 1명 출산에 따른 경제효과는 생산유발 비용과 일자리 창출에서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신생아가 30%나 감소하여 합계출산율이 세계최저 수준이다.(*합계출산율 total fertility rate;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2009년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의 세계평균은 2.54명, 선진국 1.64명, 개발도상국은 2.70명이고 우리나라는 1.22명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09년 장래 인구추계를 보면 우리나라 아동인구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전체인구는 2020년부터 줄어든다. 초·중·고 학생 수가 1년 새 21만명(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감소했으며, 특히 1970년대 600만명 가까이 되던 초등학생이 2010년 329만 9,094명으로 대폭 줄었다.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도 2010년 64만 9,515명인 것이 2020년에는 46만 3,132명으로 감소한다. 이는 2030년엔 대학 90개가 문 닫게 되는 결과가 되며 우리 산업전반이 활력을 잃게 된다. 더 나아가 적정 규모의 인구를 유지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립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중국 땅에서 나라를 세웠던 거란족, 몽골족, 여진족(만주족) 등은 현재 소수민족으로 전락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현실을 볼 때 적정규모의 인구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 저 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우선순위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여기서 저 출산으로 인하여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살펴보자. 어린이(0~14세)가 최근 20년간 600만명 줄어 소비도 성장도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 산부인과도 40% 감소하여 60만명이 출산난민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소아과 의사도 갈수록 줄어들고 초등학교는 3,000여곳이 폐교되었고 폐교된 초등학교를 노인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10년내 1,000여개의 초등학교가 더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 천국으로 각광을 받던 일본 엑스포 랜드도 폐허로 변했고, 도쿄 동물원의 관람객은 반으로 줄고, 스키 인구는 3분의1 토막났다. 수영장·볼링장 매출도 급감했다.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유령테마파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모두가 14세 이하 인구가 40% 감소된 결과이다. 일본의 대학교도 영향을 받아 인기 높던 치대, 약대도 미달되고 단기대학도 15년새 200여개 줄고 사립대 40%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여 등록금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빈집도 매년 증가해 일본주택의 13%에 달하고 있다. 빈집이 2010년 800만 가구에서 2050년에는 1,500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마다 우리나라 분당 2배 규모의 빈집이 생겨나는 셈이다.

사무실 공실률도 10%를 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저 출산으로 인하여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데, 저 출산이 경기침체를 불러왔고 이로 인한 빈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도로와 댐 건설도 반으로 줄어드는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의 이러한 모습이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향후 우리나라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왜 세계 최저인가? 그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면서 대책을 세우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요, 책임진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먼저 예산투자의 우선순위를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은 낭비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낭비적인 예산을 줄여 사회적 약자에 투자해야 한다. 왜냐면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아무리 훌륭한 시설일지라도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자.

첫째, 우리 국민 73%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여론조사 결과이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있었듯이 예전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었고, 기회가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현재 젊은이들은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이고, 대학생 3명중 1명은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여성들 또한 저 출산 이유를 “아이를 고통스러운 세상에 살게 하고 싶지 않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인간(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을 보면, 동물은 태어나서 걷기도 하고 눈도 뜨고 현실성이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동물은 태어나서 동물이고, 성장하여 죽을 때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동물에게 산삼과 보약을 먹이고 교육을 시켜도 동물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사람은 가능성이 무한하다. 이 아이가 장차 성장하여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은 교육과 학습을 통하여 가능성(잠재력)이 현실성으로 변화되는 것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그렇지가 않다.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4월 한국소비자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56%가 삶의 질 향상이 국가의 최우선 목표라고 답변했다.

현 시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대이다.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공정한 사회이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출산율도 높아진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둘째, 우리 청년(15세-29세)의 고용률을 보면 젊은이 3명 중 1명만 일한다.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생 중 절반만 취업했고 그 중 40%가 연봉 1800만원 이하이다. 대학졸업 2년 지나고 일자리(1년 계약 비정규직 포함)를 얻은 사람은 10명 중 6명뿐이다. 4년이 지나도 69%만 일한다.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이 이러할 진대 어떻게 결혼하여 아이를 낳을 수 있겠는가?

일본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34세 이하 남성중 정규직 9%, 비정규직 27.3%, 무직 36.6%가 결혼포기자이다. 결국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평생 싱글족으로 살아갈 운명이 되는 슬픈 현실이다.

또 소득에 따른 30대 남성의 결혼비율을 보면 600만엔 이상 연봉자의 경우 37.6%가 결혼한 반면 연봉이 300만엔 이하의 경우엔 9.3%밖에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생애미혼율(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독신자의 비율로 50세 기준으로 통계작성)도 2005년에 남성 16%, 여성 7.3%인 것이 2030년에는 남성 30%, 여성 20%로 급속히 증가한다. 우리나라도 30대 미혼율을 보면 절반(남성 37.8%, 여성 20.4%)이 미혼이고, 생애미혼율도 2010년 23만 9,707명으로 전체인구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10년후엔 일본의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대기업 못가면 ‘어영부영’ 하는 상황이 되어 부모가 부양책임을 지게 된다.

이는 결국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고임금의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일이 저 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자녀 1인당 양육?교육비(대학포함)가 평균적으로 2억 6,204만원이 소요되는데 재수, 휴학, 어학연수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도 소요되는 비용이 각 가정형편에 따라 다르고, 사교육에 투자되는 비용도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자녀 1인당 양육비와 교육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된다.

특히 빈곤가정의 양육비 부담은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빈곤아동의 경우 질병발생률 1.4배, 학력부진율 2.2배, 비행ㆍ가출율이 2배 더 높은 것을 감안하면 양육비 지원은 우리 사회적으로도 절실한 부분이다. 또 하나가 사교육비이다.

2009년 사교육비 총액은 21조 6,000억원이고, 소득 상ㆍ하위 2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8배에 달한다. 교육비 가계부담율과 GDP(국내총생산)대비 공교육비 민간부담율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하여 노후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50대 여성의 고용률(59.3%)이 20대 자녀 고용률(58.9%)을 추월했다.

교육비와 생활비 때문에 50대 여성 10명중 6명이 단순노동, 서비스업의 일터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의 에릭 하누셱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 201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가정배경이 자녀 성적에 영향을 많이 주는 나라 순서로는 우리나라가 5번째 순위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가정환경이 자녀 성적에 영향을 주고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의 지출 금액에 따라 성적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교육은 결과적으로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부르게 된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떻게 결혼하여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겠는가?

과도한 사교육비의 지출에 대한 대책이 없이 저 출산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사교육비가 감소될 때 비로소 저 출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우리나라는 2005년 기준으로 GDP 대비 가족정책(저 출산 대책) 재정지출(가족수당, 육아휴직급여, 보육서비스, 자녀 교육지원 등) 비율은 0.3%로 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우리의 저 출산 대책은 저 출산 정책에 실패한 일본 정부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의 저 출산 예산은 GDP 대비 0.8%. 2007년 기준) 1980년과 비교해 2007년 합계출산율이 우리나라는 2.82명(1980년)에서 1.25명(2007년), 2009년에는 1.22명으로 55.7% 감소되면서 출산율 감소폭이 가장 큰 나라이다. 이는 정부의 가족정책 지원 비중이 낮기 때문에 출산율 개선효과가 없는 것이다.

일본보다 저 출산 속도는 더 빠르지만 이를 막아낼 예산은 더 적으니 효과는 자명하다는 비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사회적 약자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다.

따라서 예산 투자를 우선적으로 저 출산 대책 예산을 비롯하여 사회적 약자에게 당연히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저출산 대책에 대한 재정지출에서 보듯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매년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저 출산 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편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4대강과 같은 사업은 단기간에 예산투자를 집중적으로 하여 특정 정권 임기내 마무리해야 하는 사업이 아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중ㆍ장기적으로 예산투자를 하여 마무리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본다.

긴급하게 예산투자를 집중적으로 하여 개선효과를 시급히 거두어야 하는 사업은 저 출산 문제 해결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복지 예산이다. 이를 알면서 예산투자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지 않고 있는 것은 정치권과 고위관료(중앙, 지방)의 직무유기이다.

또 예산 투자의 우선순위에 대하여 현실인식이 부족했다면 그것은 무능한 정부요, 능력이 부족한 공직자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정부(중앙, 지방)는 정치논리와 정권유지를 위한 예산투자, 선거를 의식하여 보여주기 위한 선심성 예산투자는 과감히 지양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두고 제로베이스에서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저 출산 원인에 대하여 가장 큰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양육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아이를 고통스러운 세상에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다.

따라서 정부(중앙, 지방)는 임신ㆍ 출산ㆍ 육아(양육) ㆍ교육에 대한 논스톱 서비스 제공과 여성문제 해결에 신속하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은 물론 정의가 살아 숨 쉬는 희망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왜냐면 저 출산문제 또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사람의 잠재력은 교육과 학습을 통하여 현실화 된다. 그러나 공교육은 실종되고 대부분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어 많은 가정에서 교육기회에 대한 불만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으로 잠재력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얻어야 빈곤의 고리가 끊어지는 것인데, 각 부분마다 심한 동맥경화가 결려 있다.

특히 빈곤가정 자녀의 경우 교육을 통한 잠재력의 개발과 확대가 봉쇄되고, 이것은 고임금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연계되어 있어, 빈곤의 악순환 고리가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게 되는 것이다.

즉, 올해 수능시험 응시생은 약 70만 명이지만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입학 정원은 10%대인 7만9,000명 정도다.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지방대 졸업자는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에 비해 평균 16.4%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 학교 성적이 좋은 소수가 명문대를 나와 높은 연봉과 고속 출세의 길을 차지하고, 대부분은 능력을 무시당한 채 시험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패배자처럼 되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경향신문과 현대리서치연구소의 ‘한국사회 만족도 평가’를 보면, 정치, 경제, 교육, 고용, 육아, 노동 등에서 67.2%가 사회현실 불만족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현실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정책(복지-재분배정책 강화)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현재의 상황을 보고 정의로운 사회라고 동의하지 않고 있다. 어느 장관이 자신이 소속된 정부 부처에 자녀를 특채로 취업시킨 것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민주주의 핵심 요체가 적법절차(due process)인데 이를 지도층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편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지도층은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에 대해서는 사회화하는 경향이 많다고 냉정하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지금 지도층에게 수준 높은 도덕성 그리고 정체성과 주체성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왜냐면 이것이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원동력이 되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도덕성, 정체성, 주체성이 확고한 지도층은 자신의 창조적인 유전자를 사익(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공공의 선)을 위하여 양심에 따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