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화 용 대천여객 대표

 2012년초 우리사회의 화두는 온통 “소통” 일색이었다. 그런데 최근 “소통”이란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국민들을 우롱이라도 하듯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정부(국토해양부)에서 2015년 개통예정인 수서 출발 호남선 및 경부선 KTX 운영권 민영화를 1,2월 중에 공모하여 상반기 중에 업체를 선정한다고 한다. 불과 십 수일 전에 대두된 것에 비춰보면 가히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듯하다.

정부의 논리는 『KTX 운영권 민간 개방을 통해 철도 독점구조를 타파하여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운영효율성이 제고되고, 원가절감으로 약 20% 요금이 인하된다』라는 것이다.

일견 자유시장경제 논리로 만 본다면 매우 타당한 이야기로 들린다.

철도와 십수년간 오랜 인연을 맺어 관심 있게 지켜보고 경험해본 필자의 입장에서는 철도산업의 민영화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 째, 현재도 KTX 운영 수익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지방노선의 적자를 메꾸고 있는 상황인데 “왜! 가장 황금노선인 강남(수서) 출발 KTX 경부·호남 고속선을 민영화 하느냐?” 이다.

코레일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공공적 적자노선 운영에 있을 것이다. 흑자를 내고 있는 KTX 운영권 민영화는 영업적자를 더욱 키우게 되어 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지방노선의 운행횟수 감소 또는 노선 폐지가 되거나, 아니면 적자를 세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이 공공적 차원의 비수익 적자노선의 경영개선에 있음에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다.

둘 째, “분할 민영화를 통해 경쟁체재를 도입하면 운영효율성 제고로 운임을 약 20%인하 할 수 있고, 서비스가 개선된다”는 논리의 모순이다.

철도는 항공기 등 타 교통수단과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는 있으나, 여러 사업자로 분할한다 하여 경쟁관계가 형성되지는 않아 보인다. 이를테면 서울 강남(수서)↔부산 간 KTX 여객이 다소 운임이 저렴하다고 하여 서울역 출발 KTX를 승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할 민영화로 운임을 약 20% 인하할 수 있다는 것도 맞지 않다. 영국철도는 1994년 분할 민영화 이후 2010년까지 약 100% 이상 운임이 인상되었다 한다. 민영회사 운임 통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적자보전 없이 KTX만 운영한다면 지금도 20%정도 요금인하는 가능할 것인데 “민영화를 하면 운임 20%를 인하할 수 있다”라는 주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셋 째, 기껏 영업키로 약 3500Km 규모에 운영자를 수개로 분할하여 민영화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상쇄시킬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가 취약해져 심대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철도산업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 위해서는 상당 영업키로(약 3000KM이상)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영업키로는 약 3500Km로 여러 회사로 분할 민영화 할 경우 새로운 조직, 관리인력, 각종 시설, 장비 등의 중복투자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상쇄되고, 이윤을 높이기 위한 각종 안전시설 투자 소홀로 승객의 안전이 무시될 것이다. 유기적인 시스템산업 특성상 민간과 공공이 분리 운영하게 될 경우 영국의 분할 민영화로 발생한 대형사고 처럼 각 운영자간 정보교환 및 의사소통 미흡으로 대형사고 발생 개연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넷 째, 약 14조원의 국민 세금으로 건설된 고속철도 인프라위에 알짜배기 KTX 노선 운영권을 30년간이나 특정 민간기업에 넘겨준다는 것은 특혜임이 명백하다.

정부의 신규노선 KTX 민영화 방식은 거의 초기 투자비용 부담 없이 기존 역사, 장비 등을 저렴하게 임대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약 14조원의 국민 세금으로 건설된 고속철도 인프라위에 가장 수익성이 높은 KTX 황금 노선 운영권을 민간 대기업에 30년간이나 넘겨준다니 누가 밀어주기식 특혜가 아니라고 하겠는가?

결론적으로 현정부의 신규 KTX 노선 민영화 추진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지금도 약 30%의 수익을 내고 있고, 세계 최고수준의 정시운행율을 자랑하는 KTX 운영부문을 민영화한다면 서민에게 직접적 피해가 될 수 밖에 없다. 신규 KTX 운영 민영화 정책은 말뿐인 친 서민정책, 허울 좋은 공정사회의 전형이자 현 정부의 마지막 꼼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