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촉발된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학생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록방침임을 지난 1월 15일 발표한데 대해 인권위의 제도개선 권고로 일부 시도교육청 기재보류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인권위,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일 인권친화적 학교문화조성 종합대책을 의결하고 교과부와 각 시ㆍ도교육청에 학교폭력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개선토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를 의무화하는 교과부 방침에도 불구 일부 시ㆍ도교육청에서 거부 또는 보류하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기록이 장기간 유지돼 입시 및 취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두 번의 문제행동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점 등을 고려 과도한 조치라며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지난 9일 학교폭력 가해사실에 대해 학생부에 반드시 기재토록 시ㆍ도교육청에 재 통보했다.

▲일부 교육청 및 교육단체 등, 교과부 방침에 반발

전북, 강원, 광주 등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들은 인권위의 결정을 근거로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 기재 거부 또는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강원, 광주교육청은 최근일선 시군교육청에 학교폭력 학생부기록을 잠정 보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시행했다.

행복교육연대, 다산인권센터 등 60여개 교육시민단체도 8월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과부는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즉각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도 8월 14일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보류를 요청하는 긴급공문을 전국 초중고교에 발송하는 등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라며 이를 촉구했다.

한편,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은 대학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부와 교육청의 갈등으로 결국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며 불만 토로했다.

한 고교 교사는 “학교폭력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대학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합격을 취소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고, 교육청별로 학교폭력 기록이 통일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논란을 비롯해 혼란이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불가피한 조치 vs 과도한 조치

한국교총은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에 따른 학생 인격권 침해에 대한 우려로 가해학생의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피해학생과 다수학생들의 인권은 오히려 보호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관계자 “교과부의 방침을 거부한 것은 학교폭력 근절의지를 약화시키고 학교혼란을 부채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교과부의 이번조치는 학생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 결정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가해학생을 교육적으로 선도하기 보다는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낙인을 찍는 교육기관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관계자 “학교폭력을 기록하는 것은 위법적 사안이 될 수 있고 학생 당사자의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재거부는 명백한 법령위반

교과부는 학생부는 관계법령에 따라 작성하는 법적장부라며 학교폭력 기재거부는 명백한 법령위반으로 기록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다만, 가해학생의 긍정적 변화 모습도 함께 기재하는 등 가해학생의 과도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교과부와 인권위의 대립에 피해는 일선학교와 학생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다 폭넓은 의견 수용과 토론 등으로 원만한 해결이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