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일 전 충남도의원

추석이 다가오면서 농촌들녘은 하루가 다르게 황금빛깔로 변해가고 있다.
농촌사정을 모르는 도시인들이 보기엔 낭만이 있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지금농촌은 전국을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산바의 뒤처리로 매우 분주하다. 특히, 농부들은 쌀 한 톨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연신 훔치면서 벼 포기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이런 농부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일미칠근(一米七斤)이란 말이 생각난다. 농부가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서는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말이다. 농민들이 이처럼 온 힘과 정성을 다해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쌀값만 생각하면 짓던 농사도 팽개치고 싶다고 한다. 정부의 80kg 쌀 1가마의 목표가격이 17만83원이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8년째 똑같다. 이처럼 쌀값이 오랜 기간 동안 동결되어 온 것을 아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올랐다고 하는 이때에 쌀값만 제외 되었다는 자체가 더 이상할 정도다. 물가안정이라는 미명하에 힘없는 농민들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같은 기간(2005~2012)동안 소비자 물가는 무려 23.5%나 올랐다고 한다.

또한 농사를 짓는데 필수적인 농약이나 비료값은 매년 10%가까이 인상되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수록 더 빚은 늘어나고, 그렇다고 농사를 포기 할 수도 없는 일, 이러한 현실임에도 농어촌이 살아야 나라가 부강 한다며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 비해 농촌지역의 자살률이 높다는 통계자료는 이런 농촌의 현실을 잘 반영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씁쓸함을 더해준다. 더욱이 전국에서 하루에 3명의 농부가 자살한다고 하니 1년이면 1천명 이상의 농민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목숨을 끊는 꼴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농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여권의 국회의원께서도 정부에 강력 촉구한 바 있지만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쌀값 현실화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가상승의 주범이 농산물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분위도 바꿔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보단 유통업자만 배불리는 유통구조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8년째 동결되어 있는 쌀값,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여 최소한 21만원은 되어야 한다.

반만년 역사동안 우리 민족의 주식이었고 급변하는 식량안보환경에서 핵심요소인 우리 쌀이 제 값을 받고, 또한 비바람과 뙤약볕을 이겨 내면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농어민들이 나라사랑의 주역으로 인정받는 살맛나는 농어촌이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