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갑은 유부녀인 을과 약 1년 동안 불륜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을의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갑에게 전화하여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간통죄로 고소하겠다고 하였고, 겁을 먹은 갑은 일단 5,000만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이 경우 갑은 남편의 강박행위를 이유로 5,000만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답) 우리 민법 제110조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란 외포심 혹은 공포심에 의하여 내심의 진정한 의사와 다른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하는데, 강박행위 당시의 거래관념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된 경우 또는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위 사안과 같이 형사처벌이 두려워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 불법행위의 정도, 금액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강박행위로 취소가 가능한지 판단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은 그것이 부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때에는 정당한 권리행사가 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인바, 간통으로 고소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대가로 금 170,000,000원의 합의금을 받게 된 경우, 상간자의 배우자가 부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위법한 강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경우가 있습니다(대법원 1997. 3. 25. 선고 96다47951 판결).

따라서, 위 사안에서도 남편의 행위가 거래관념상 부당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갑은 남편에게 지급한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현 법률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