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왜 가느냐? 산이 거기에 있기에…’
말로리의 말이다.
산에 가는 이유를 이보다 간결하게 표현한 글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렇다. 산이 없으면 산에 가지 못하지만 산이 있으니 우리는 산에 가는 당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산행의 시작
2002년 2월 협심증 수술을 신촌 세브란스 심혈관 센터에서 받았다.
심장에서 나가는 세 가닥의 핏줄 중 두 줄이 70~80% 막혀 스탠드 삽입 수술을 받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유산소 운동에 좋다는 걷기에서 산행으로 옮겼다.
처음에는 집에서 화암 저수지까지 가다가 가루고개, 명대계곡, 월정사, 굴샘 약수터, 7부 능선 이렇게 해서 정산까지 가는데 10여 차례 시도에 석 달이 걸렸다.
2002년 6월 청양산악회 월출산 산행에 참가한 이래 5~6년간 정기산행에 참가하면서 오서산은 시간 나는 데로 오르게 되었다.

오서산 산행 500회
천양산악회 정기산행 외 시간이 나는 데로 오서산을 오른 것이 2002년에 10번,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20번, 2005년 28번, 2006년 22번, 2006년 6월 28일 오서산 100회 등정을 기록하기까지 4년 6개월이 소요 되었다.
100회 등정에는 청양산악회원 20여명이 같이 등정을 축하해 주었다.
2007년 1월에는 정상 근처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왼쪽 발등 골절로 6개월 넘게 목발을 짚는 수모를 당하였고 200회 등정은 2년 4개월만인 2008년 10월에 달성하였다.
200회 등정 자축연에서는 후배가 “다음 300회 경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하기에 그렇다면 100번 등정을 1년 안에 달성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악전고투 끝에 2009년 10월에 300회 등정을 성사시켰다.
400회는 2년 걸렸고, 500회는 1년 반 만인 2013년 4월 14일 화성산악회원 10명이 동참, 축복 속에 비온 뒤 쾌청한 날씨에 무사히 마쳤다.

산행에서 있었던 일

골절
2007년 1월 어느 일요일 오후 독행으로 오서산에 올랐다가 정상에서 산불감시 안테나가 있는 쪽으로 이동 중 돌부리에 채여 넘어졌는데 가루고개 넘어 주차한 공까지 50분이면 가는 곳을 뒹굴어 가면서 2시간 넘겨 겨우 가서 차를 끌고 보령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더니 골절상으로 반 기브스를 하고 귀가 이후 6개월 넘게 목발을 짚는 수모를 감내해야만 했다.

스틱
스틱은 산행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80~90% 이상 가지고 다니는 상비 장비 중 하나라고 본다.
급경사에 오르고 내릴 때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필요 불가결한 줄 알지만 나는 처음 산행 때부터 스틱 없이 다녔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네발로 기거나 앉아 뭉개는데 익숙하다보니 아직 스틱 없이 다녔고 80이 되면(8개월 후) 그때 가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달밤의 낭만
오서산 산행은 99% 거의 다 독행이다.
주변에 동행할 사람도 없지만, 동행은 출발과 귀가에 동의가 필요하지만 독행은 출발과 귀가에 동의가 필요 없다.
97세까지 서셨던 어머님이 살아계셨을 때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추석 같은 명절엔 오후 5시까지 손님이 있다. 손님이 끊긴 오후 5시 이후 출발하면 정상에서 일몰을 보기에 딱 맞는다.
오서산 정상에서 일몰을 즐기고 있다. 얼마 있으면 광천, 대천, 청양에서는 가로등, 가정집에 불이 켜지고 동녘 하늘에 떠 있던 보름달은 밝기를 더해가고 풀벌레 소리는 더욱 명징해진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싶으면 월정사 쪽으로 하산하는데 솔밭사이를 밝기와 키기가 다른 달빛이 비치는 사이사이로 달빛의 낭만을 즐기며 내려가는 멋이란 즐겨 본 사람만이 아는 특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방뇨 하는 것 보았지요?
어느 일요일 굴샘 약수터와 월정사 사이에서 있었던 일…, 쉼터 나무 의자에 앉아 잠깐 쉬는데 젊은 여성 두 사람이 지나가면서 “할아버지 방뇨하는 것 보았지요?”묻기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다시 “방뇨 하는 것 보았느냐고요?”묻기에 그때서야 알아듣고 “아니”했더니 “그러면 됐어요. 하고 지나가는 것 이였다. 요사이 젊은이들의 당돌함이랄까 발랄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조차 하였다.

산악 마라톤
평지에서 100m를 뛰지 못하고 쉬어 가야만 했던 내가 2002년 2월 협심증 수술을 받고 산행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무모하게 2006년 11월 5일 제7회 칠갑산 전국 산악 마라톤 대회에 출전 72세 최고령자로 제한시간 내(15km를 3시간 이내 주파)완주, 입상하고 다음해 8회, 9회에서도 재한시간 내 완주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취중에 한 약속도 약속은 약속
2008년 10월 200회 등정을 마치고 내려오다 자축연이 있었는데 몇 년 후배 한사람이 “다음에 300회 자축연 경비는 제가 부담하겠습니다”하기에 웃줄한 마음에 다음 100회는 1년 안에 달성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마음 다잡고 첫 달 매주 산에 오른다고 해도 4번 밖에 오르지 못하니 첫 달에 1년 100회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1년 100회는 불가능하니 헛소리한 것으로 치부하고 마느냐, 아니면 어떡해든 약속을 이행하느냐 기로에서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1주일에 1회 산에 오르되 1회에 2번(임도까지 내려오다 다시 올라갔다 내려옴) 오르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두 달째부터 시행해도 마지막 달에는 15회가 남아 있어 1주일에 2번씩 2회 결행해서 호언장담한 일 년 내 오서산 100회 등정을 달성할 수 있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달성한 목표였지만 앞으로 헛소리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성주산, 덕유산, 지리산 종주

성주산
왕자봉-장군봉
장군봉-만수산-수리바위
장군봉-성주면사무소
왕자봉-옥마봉-웅천
206년 임동길 내외와 4일간 종주하고

덕유산
삼공리 매표소-백련사-향적봉-산악인의 집(1박)-동엽령-삿갓고개 대피소(1박)-남덕유산-삼낭리 매표소
2007년 단독 종두(2박3일)하였다.

지리산
남원(1박)-성삼재-노고단-삼도봉-명선봉-연하천 대피소(1박)-벽소령-덕평봉-새석평전-연하봉-장터목 대피소(1박)-천왕봉-재석봉-백무동
2008년 대치 성욱, 중앙가축병원 유희만과 3인이 3박 4일 중주하였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청양은 백월산·칠갑산이, 보령은 오서산·성주산이, 홍성은 용봉산·가야산이 가까이 있어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지 오를 수 있어 좋다.
아기자기한 산이 기름진 들이 먹거리가 풍부한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봄의 산은 연한 초록 빛 옷을 입고
여름 산은 풍성한 옷차림을 하고
가을 산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단장하고
겨울 산은 하얀 옷차림으로 미소를 던진다.

산은 언제나 우리를 부르고 있다.
산에는 산의 언어가 있고 몸짓으로 말한다.
산속의 모든 존재가 저마다 제 언어가 있다. 우리는 그 언어를 읽을 줄 말아야 한다. 우리는 산의 언어를 듣고 새기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고독하거든 산에 가자. 어느 사람의 말이 생각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산행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헛소리하지 않고 산의 맛과 멋을 즐기면서 산행하리라 다짐해 본다.

/기고자 임승팔(청양군 화성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