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 최진복

‘갑’은 대전시 소속 지방세무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2003. 2. 4.부터 2008. 4. 18.까지 사이에 실제로는 아무런 과오납 환부 사유가 없는 사망자나 관외 거주자 등에 대하여 과오납 환부사유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여 자신의 친정아버지인 ‘을’의 농협 계좌로 16회에 걸쳐 그 과오납금 합계 94,812,300원을 송금한 것을 비롯하여, 2002. 5. 10.경부터 2008. 12. 24.경까지 사이에 가족들 또는 지인들 명의의 계좌로 위와 같이 과오납금을 송금받는 방법으로 251회에 걸쳐 합계 1,271,660,810원(이하 ‘이 사건 횡령금’이라 합니다)을 횡령하였습니다. ‘갑’의 부친 ‘을’은 ‘갑’이 자신에게 송금한 돈 가운데 ‘갑’에게 다시 계좌이체하여 주고 남은 돈 및 자신의 농협 계좌로 송금받던 기간 동안에 이 사건 횡령금의 일부로서 ‘갑’으로부터 별도로 교부받은 돈 합계 1억 원(이하 ‘이 사건 증여금’이라 합니다)을 집수리비용 및 차량구입비용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때, 대전시는 ‘을’을 상대로, ‘갑’이 이 사건 횡령금 중 ‘을’에게 송금한 금원에 대하여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가 가능할까요?

결론적으로, ‘을’이 ‘갑’으로부터 이 사건 증여금을 송금받거나 교부받을 당시 그것이 횡령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피고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한다면, ‘을’은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습니다

 (1)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데, 채무자가 피해자에게서 횡령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 금전이 횡령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횡령한 돈을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합니다.

(2) 위 사례에서, ‘을’이 ‘갑’으로부터 이 사건 횡령금 중 일부로서 적지 아니한 금액을 송금받거나 별도로 교부받고도 대전시나 ‘갑’에게 그 출처에 관하여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경위, 이 사건 증여금 가운데 ‘을’이 당초 송금받은 돈에서 ‘갑’에게 다시 계좌이체하여 주고 남은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 그리고 ‘을’이 ‘갑’으로부터 별도로 교부받은 돈 외에 위와 같이 계좌이체하여 주고 남은 돈도 함께 집수리비용 및 차량구입비용으로 사용하게 된 이유 등의 사정을 살펴 ‘을’이 ‘갑’으로부터 이 사건 증여금을 송금받거나 교부받을 당시 그것이 횡령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을’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며, ‘을’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이 되면, ‘을’은 대전시에 ‘갑’으로부터 받은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2.1.12. 선고 2011다7424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