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내문학회원 홍승숙

삼줄의 기억은 아득한데
사립문 앞에 걸린 고추가 바람에 고들고들

한바탕 시끄러운 조무래기 패들의 뒤를 이어
엿장수의 가위 치는 소리가 지나면

이어서 고장 난 텔레비전 냉장고 컴퓨터 산다고
트럭위에 매달려 있는 앰프소리가 들리는데

비껴가는 오후의 햇살아래
졸고 있는 노파는 조울증 환자처럼 보이고

급매라고 써 붙인 쪽대문 앞에서
아이 업은 아낙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골목 입구 오래된 비석에는
행복을 주는 사람들 이라고 새겨져 있는 동네

뉘엿뉘엿 석양이 그림자를 만드는 시간 되자
별빛 같은 전기불이 하나씩 어둠과 조우하는데

이 모두가
골목안 풍경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인걸........

渴望(갈망)

▲ 사)한내문학회원 배 정수

푸르름을 향한
목마른 이상

천길 우물 속에 떨어져
하늘을 본다

발 아래
허무의 늪에서 울리는
물 흐르는 소리

목줄을 타고 넘어 오는 전신의 격기
잠 재울 수 없는 욕망
덫에 걸린 마지막 포효가 애처롭다
하늘은 푸르를 뿐인데